[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른바 '보이스피싱'을 당했더라도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의 명의인 역시 범인들에게 속아 통장을 만들어줬을 뿐이라면 피해자는 통장 명의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이모(43·여)씨가 "과실로 통장을 만들어줘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대포통장 명의자 김모(34)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피고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교부할 당시 그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이를 양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피고 명의의 계좌는 이미 원고가 성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1년 9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 유혹에 넘어가 본인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 주민등록증 사본을 전달했다.
이후 두달 뒤 이씨는 검사를 사칭하는 신원불명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의 요구대로 김씨 명의의 계좌로 600만원을 이체를 한 후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자신의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줄 당시 그 통장이 범행에 이용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시, 이씨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에게도 과실이 있다며 김씨의 책임으로 50%로 제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 역시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게 속아 통장 등을 만들어 준 것이므로 자신의 통장이 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