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검찰인사이드)한 경위 '청와대 회유설' 덮고 가는 검찰
입력 : 2015-01-09 오전 7:06:3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연말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5일 발표했습니다. 세계일보가 지난해 11월28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첫 보도한 뒤 38일만입니다.
 
검찰은 이날 '중간수사결과'라고 밝혔습니다만, 비선실세 의혹을 담은 문건이 모두 허위라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가 마무리 됐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의 동생 포토라인에 서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왔던 정윤회(60)씨가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살아있는 권력'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회장도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대통령 측근들이 관계 된 대형사건으로,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는 왠지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비서관, 그리고 그의 부하였던 박관천 경정이 각각 정씨와 박 회장을 등에 업고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설이 분분했지만 그 의혹도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다만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정씨에 대한 비방문건을 작성해 박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한 점과 이 두 사람의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할 때 조 전 비서관 등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추단된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검찰의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정씨의 완승입니다. 검찰은 ‘박지만 미행설’을 박 경정의 창작물로 결론 내면서 정씨를 피해자로까지 봤습니다.
 
여러 의혹과 의문점들이 있지만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모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있습니다. 한 경위는 검찰조사 결과 박 경정이 청와대로부터 가지고 나온 청와대 문건 14건을 박 경정 몰래 복사해 밖으로 빼낸 인물입니다.
 
결국 이 문건은 숨진 최모 경위를 거쳐 세계일보로 흘러들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한 경위는 왜 문건을 반출했나
 
경위면 경찰간부입니다. 공공문서를 유출하는 것은 범죄행위가 성립된다는 것쯤은 상식차원의 일입니다. 게다가 박 경정이 빼내온 문건은 청와대 문건입니다. 한 경위는 왜 그 문건들을 빼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한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자백이나 구체적인 동기를 진술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추론을 해본다면 (박 경정이)청와대 행정관 공직기강실에 있었고 가지고 있는 정보가 고급이니까 정보로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았을까."
 
군이나 경찰, 검찰 심지어 기자들도 정보활동을 합니다. 군은 방첩이나 군사보안, 경찰이나 검찰은 범죄에 대한 정보가 주를 이룹니다. 기자들은 취재의 단서인 정보들을 채집하고 정제해서 갈고 닦습니다. 요즘은 대기업 대관 담당 직원들의 정보력이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경위도 경찰의 정보 분야 인력입니다. 정보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의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당장 조직 내에서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그 출처가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라면 말 그대로 '대박'입니다. 모르긴 해도, 한 경위는 문제의 문건들을 쥔 그 순간 흥분감에 손이 떨렸을 겁니다.
 
▶한화 대관직원에게 청와대행정관 비리 누설
 
검찰의 말 대로 한 경위가 이것을 활용했다면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일단 그가 직접 그 문건의 내용을 한화그룹 대관 담당직원에게 전달한 것이 확인된 이상 '건전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경위는 지난해 2월15일 문건들을 복사해 가지고 있다가 5개월이 지난 뒤 문건들 중 청와대 행정관의 비위 사실을 구두로 한화 직원에게 누설했습니다. 한 경위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한 한화 대관직원은 또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이날 검찰의 문건의 허위 결론을 떠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고급 정보요원이 장기간 보유하면서 외부로 그 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린다면 정설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또 하나 석연치 않은 것이 있습니다. 한 경위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설입니다. 이 의혹은 그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은 故 최 경위의 유서에서 처음 언급이 됐습니다.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청와대는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어느 누구도 해당 경찰관을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두차례에 걸쳐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JTBC>는 한 경위가 민정수석실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전화 인터뷰 내용을 지난달 15일 보도했습니다. "자백하면 기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한 경위 변호인들 30분간 3차례 회유설 부정
 
보도가 나간 뒤 당일 한 경위의 변호인 두 사람은 30분 사이 번갈아 가며 세차례나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직접 당사자(한 경위)에게 변호인으로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JTBC 보도된 내용으로 JTBC 기자와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다.(최 모 변호사)"
 
"본인에게 확인했는데 본인은 인터뷰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기사 중 영장실질심사 관련된 부분은 제가 참여했기 때문에, 그 부분 중에도 제가 경험한 것에 비춰보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 제가 영장시질심사 들어갔는데 한 경위가 사실게 다르게 얘기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내일 오전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 인용보도라도 자제해달라.(황 모 변호사)"
 
인터뷰를 하지 않고 보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오보가 아니고 거짓입니다. 당연히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보도 된 한 경위는 <JT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액션은 없었습니다.
 
이튿날 <JTBC>는 한 경위와의 통화내용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다며 한 경위의 변호인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또 한 경위가 인터뷰를 한 기자에게 격하게 화를 내는 등 매우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으므로 후속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 "회유설 없다는 변호인 의견서 받았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한 경위가 법정에서 판사에게 회유 부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재 한 경위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 소환을 시도했지만 출석에 불응했다. 변호인으로부터 회유설을 들은 바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현 단계에서 한 경위에 대한 회유설에 대해 별도로 수사 할 만한 단서가 없는 상태다."
 
검찰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민정수석실의 회유가 없었다는 것은 한 경위의 변호인을 통해 전해들은 것입니다. 한 경위가 병원에 입원 중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문스러운 대목입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외부의 협박이나 회유가 있었다면, 담당 검사가 병원을 방문해서 직접 듣고 녹음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수사결과 발표가 모두 끝나고 고위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이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습니다만, 석연치 않습니다. 이 의문은 야당의 주장처럼 특검을 실시해야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기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