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승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긴다는 게 상당히 어렵네요."
예상치 못한 눈물을 봤다. tvN <더지니어스3:블랙가넷>(이하 <더지니어스3>)에서 늘 호쾌한 웃음을 보여 '멘탈갑'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최연승은 지난 10일 방송분에서 탈락한 뒤 이 말을 던지며 눈물을 흘렸다.
일반인이 유독 많았던 이번 시즌에서 최연승은 3화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3화 중간달리기 때 그는 허탈한 웃음으로 "내가 뭘 잘못했냐"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였으면 쌍욕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방송을 봤던 기억이 난다.
시즌3에서 유일하게 데스매치에 세 번이나 간 최연승이 탈락을 하자 눈물을 흘렸다. 이번 시즌 고난이 누구보다도 많았던 그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웃었다.
1984년생, 특목고 출신으로 03학번이다. 당시 서울대보다 높다는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입시성적이 극상위권의 인물.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을 것 같은 그가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했다.
왜 그는 이 말을 남겼고, 진심이 묻어나온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또 어떻게 '멘탈갑'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까. 그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하나하나 들어봤다.
◇역시 '멘탈갑'.."(오)현민이를 이해한다"
중간달리기 3화는 지지부진했던 <더지니어스3>에 불꽃이 됐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최연승과 오현민이었다. 서로를 견제하는 카드를 꼽은 최연승과 오현민은 경기 막판 다툼이 있었다.
리셋을 가진 하연주로부터 모든 패를 교체하면 최연승이 승리를 할 수도 있는 상황. 그렇게되면 유수진이 탈락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애초 유수진과 한 팀이었던 오현민은 갑작스레 하연주에게 다가가 "최연승을 죽이라"는 듯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 상황만 놓고 보면 강용석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최연승을 왕따시키는 듯이 보였다. 그 총대를 오현민이 멘 것이었다. 유일하게 최연승에게 도움을 줬던 하연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하연주는 최연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거의 탈락이 확실시 돼 강용석과 데스매치에 가야하는 최연승은 웃음만 지었다.
"사실 애초에 내 카드가 똥패였기 때문에 빨리 졌으면 된 건데, 다들 자기 손에 피묻히기는 싫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판이 길어졌고, 그러다가 저에게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거죠. 편집이 많이 됐어요. 근데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제가 탈락자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었는데, 살아날 상황이 생긴 거죠. 거기서 현민이가 저를 다시 공격한 거예요."
상황 설명이 이랬다. 결국 공격당하고, 최연승 역시 그 부분에서 성질을 냈다. 서운하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봤을 때 오현민이 충분히 이해됐다고 한다.
"사실 강용석 변호사가 저 대신 성질을 내줘서 좀 풀렸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민이가 게임을 잘 한 거예요. 왜냐면 제가 살아나면 현민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거든요. 이건 '시비' 즉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호오'의 문제거든요. 좋고, 싫음의 취향 문제랄까요. 생존하는데 옳고 그름이 어디있어요. 다만 현민이의 방식이 대다수에게 안 좋게 비춰진 거죠."
그러고는 최연승은 미소로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을 대했다. 놀라웠다. "어떻게 저 상황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애초에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아요. 언제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다보면 내가 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깨닫잖아요.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제가 화를 내고 상처를 주는 타입도 아니에요. 저랑은 맞지 않는 방식이에요. 제작진은 그런 걸 원하겠지만요. 예전에는 화도 내보고 했는데, 안 맞더라고요. 참는게 더 저에게 이득이였어요."
담담히 내뱉는 말에서 그에게 많은 파도가 있었다는 게 짐작됐다. "힘든 시절이 있었으니까요"라는 그는 나이답지 않은 내공이 단단히 쌓여 있었다. 그랬기에 '멘탈갑'이 되지 않았을까.
"'멘탈갑'이라고 하시는데, 저 그정도는 아니에요. 좋게 봐주시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거 같아요. 하하.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최연승 (사진제공=tvN)
◇"강용석의 손모양..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봤다"
결국 '왕따'였던 최연승은 자신을 유일하게 지지해준 강용석과 데스매치에 오른다. 이전 강용석이 굉장히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기에, 반대로 최연승은 '병풍' 이미지에 가까웠기에 최연승의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연승은 예상을 깨고 강용석을 눌렀다.
당시 논란이 됐던 점은 강용석이 쓰는 숫자를 최연승이 봤다는 것이었다. 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걸 보는 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게시판에서 상당했다.
"모션이 너무 커서 블러핑이라고 생각했어요. 대놓고 20이라고 쓰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일단은 보였기 때문에 노트에 적어놨던 거죠. 그렇게 몇차례 진행됐는데, 진짜 그 숫자가 맞더라고요. 저는 이렇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떨어지고 싶지는 않았고, 지푸라기라도 건져야 했어요."
큰 요동없이 쉽게 승리한 편이었다. '왕따'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뒤 평정심을 유지한 채 데스매치에서 승리한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물었다.
"편집된 부분이 많았는데, 제가 꼴찌가 확정된 상황에서 또 시간이 많았어요. '어차피 나는 데스매치에 가는구나'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시간이 많았죠. 그래서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어요. 만약 제가 탈락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데스매치를 했으면, 못 이겼을 거 같아요. 저도 흔들렸었거든요."
◇"<더지니어스3>에 왜 논란이 적었냐고요?"
<더지니어스>는 마니아가 상당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비록 1% 안팎이지만 이슈메이킹은 지상파 시청률 30%의 프로그램을 뛰어넘는다. 시즌2때는 엄청난 태풍이었다.
하지만 시즌3는 좀 달랐다. 시즌2에 비하면 잔잔한 호수였다. 논란도 적었다. "추악한 승리보다는 아름다운 패배를 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열 한 번의 촬영을 경험한 최연승에게 직접 말했다.
"논란이 적어서인지 지난시즌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최연승은 이에 대해 <더지니어스2>의 파급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최연승은 이미 <더지니어스>의 마니아였다. 자신을 대부분 출연자에게 대입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할 정도로 이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시청자였다. 시즌2의 파급력은 이미 익히 몸소 체험한 상태였다.
"카메라가 있는 방송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게임을 했던 것 같아요. 살아남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더 고려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본성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방어기제가 발동됐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눌 수록 최연승이란 사람은 '가방끈이 길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단어도 다소 어려운 단어를 택했다.
"본능을 우선시하는 매파가 있으면, 절제하는 비둘기파가 있잖아요. 이것도 성향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번 시즌에는 매파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저번 시즌의 영향으로 비둘기파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성이 다 튀어나오지 않았던 거죠. 갈등이 부딪혀서 폭발하는 장면이 없어서 좀 아쉬워하는 거 같아요. 제 느낌에도 출연자들이 순간적으로 본능보다는 자기성찰을 하면서 플레이를 한 거 같아요. 아쉽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시즌2가 워낙 강해서."
◇최연승 (사진제공=tvN)
◇눈물의 의미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 앞서는 사람으로 파악됐다. 무슨 말을 하든 감정적으로 훅 튀어나온다기 보다는 신중히 하나하나 답을 이었다. "제가 감정의 폭이 좁대요"라는 그였다. 웬만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탈락 뒤 울었다. 꽤나 굵직한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진심으로 쏟아져 나온 눈물로 보였다. 그 눈물의 의미가 궁금했다.
"평소에 제가 가진 약점 혹은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저도 제가 왜 울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아요. 그 때 저는 현민이나 동민이 형을 꼭 이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제가 갖고 있지 못한 점이 있거든요. 현민이나 동민이 형이나 패기가 있어요. 리스크를 감수하고 모험을 해야할 때는 확실히 올인하는 그런 패기요. 저에게는 없었어요. 늘 무난하게, 상황보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고 혹은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택해 왔어요."
<더지니어스>는 게임 전 "오늘 어떻게 플레이를 할 거냐"는 질문을 출연자 대부분에게 던진다. 그때마다 최연승은 "상황을 봐서 대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게 마지막 탈락 직전까지 이어졌다.
11화 데스매치에서 오현민은 초반부에 승부를 보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고, 최연승은 상대의 패를 보고 대처하려는 방법을 택했다. 승부는 빨리 끝났다. 상대를 파악하기도 전에 오현민이 승리를 따냈다. 최연승의 전략이 오현민의 과감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가 평소에 고치고 싶은데 못 고치는 것들이 있었어요. 과감해져야하는 상황에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이랄까요.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죠. 이기기 위해 싸운다기보다는 지지 않으려는 성향으로 사는 것 같아요. 3번의 데스매치는 상황만 보다가 가게 된 거예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 거예요. 마지막까지 나를 극복하지 못했구나. 그런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눈물이 확 났어요."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기는 게 어렵다"는 말의 의미가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질문했다. 기자가 봤을 때 최연승은 이미 비범한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지니어스3> TOP3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전문직업인 한의사다.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바라보실 수 있죠. 예전에는 제가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뭐 공부 잘했으니까요.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민이의 패기가 정말 부럽네요. 그래도 한 번 고쳐보려고 합니다. 하하."
자신을 낮추는데 익숙했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인간적인 욕심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더 정감이 갔다. 멋진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상당히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