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국내 영화계에서 11월은 비수기로 통한다. 아무리 영화가 흥해도 300만 관객수를 넘기가 힘들다. 지난해에는 김갑수·손예진 주연의 <공범>(176만)과 곽경택 감독의 <친구2>(296만)가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토르:다크월드>(300만), <그래비티>(319만)가 이 시기에 개봉했다. 이름값에 비해서는 기대이하 성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11월은 극장가에 어느 때보다도 추운 시기다.
시기가 조금 더 지난 12월~1월과 무더워지는 여름과 추석이 낀 7~9월은 극장가 성수기다. 대부분의 '천만 영화'가 이 때 탄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11월의 반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11월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가 1000만 영화의 주인공이 될 조짐이다.
이 영화는 극심한 식량난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새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난 이들과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6일 0시 개봉해 지난달 30일까지 83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IMAX 영화관에서는 암표까지 등장했다는 후문이다.
<인터스텔라>의 흥행이유를 짚어봤다.
◇믿고 보는 크리스토퍼 놀란
<인터스텔라>는 해외보다 국내에서 유독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및 캐나다 예매순위 제공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헝거게임:모킹제이>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인터스텔라>는 5위에 머물고 있다. <헝거게임>은 예비 관객 또한 상당히 포진돼 박스오피스 선두를 여유롭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에서보다도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더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로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충성도를 꼽을 수 있다. <메멘토>를 시작으로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등 그가 연출한 영화에 대한 호평은 대단했다.
<다크 나이트>에서 가장 철학적인 악역이라는 조커(히스 레저 분)의 탄생과 하늘이 접히는 등의 기발한 상상력과 다양한 해석이 잇따르는 <인셉션> 등 놀란의 영화는 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충무로 관계자들은 "<인터스텔라>가 가장 위협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이는 놀란 감독의 영화가 국내에서 상당한 티켓파워를 지니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놀란은 지난달 10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관객들의 내 영화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과학적인 소견이 높아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틈새 시장 노렸다
11월이 국내에서 비수기라는 점을 노린 직배사의 판단도 영화 흥행의 이유로 손꼽힌다. 당시 경쟁작들의 면면을 보면 대작보다는 작은 작품들이 많았다. <패션왕>, <현기증>, <다우더> 등이 동시에 개봉한 영화였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예상보다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이미 힘이 떨어지고 있던 상태였다.
<인터스텔라>에 부담을 느낀 국내 배급사들이 미리 개봉일을 조정하며 정면 대결을 피한 것도 한 몫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인터스텔라> 개봉일 때문에 영화 개봉을 조금 앞당겨, 정면 대결을 피했다"며 "놀란 감독의 영화랑 맞붙기에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 교육 영화' 입소문, 폭 넓어진 관객층
천만 관객은 특정 관객층만 타겟으로 한 작품이 이루기는 힘든 수치다. 10대부터 50대까지 대중성이 확보돼야 가능하다.
개봉 초기 놀란 감독의 이름값에 힘입어 20~30대 관객을 중심으로 흥행세를 이어간 <인터스텔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절하게 녹여내 SF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 폭이 크게 넓어졌다.
특히 자녀들에게 영화를 통해 과학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의 교육열이 뒷바탕 되면서 학생 관객의 수요가 커진데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관람 붐이 일어나면서 <인터스텔라>는 개봉 5주차에도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평일 10만명 이상, 주말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인터스텔라>는 현재 추이로 봤을 때 다음 주말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