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의 숨겨진 걸작 <사회의 기둥들>이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사회의 기둥들>은 <인형의 집>, <유령> 등으로 유명한 사실주의 극작가 입센이 1877년에 내놓은 작품이다. 발표 당시부터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입센의 다른 유명 작품들에 가려 번역조차 되지 않은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위해 김미혜 한양대 교수가 원작 번역에 나섰고, 김광보 연출가와 LG아트센터가 함께 의기투합했다. 초연을 앞둔 19일 오후, 제작진은 공연의 주요장면을 먼저 공개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작품은 137년 전 노르웨이에서 쓰여졌다는 게 무색할 만큼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제작진은 기존의 희곡에서 첨가하거나 바꾼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입센의 통시성을 강조했다.
주인공 베르니크는 노르웨이 해안가 소도시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영주다. 겉보기에는 도덕성이 높은 ‘사회의 기둥’과도 같은 모습이지만 실상 베르니크의 내면은 개인의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철도 부설 문제를 앞세워 부동산 투자로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계획을 세우던 중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누명을 쓰고 떠난 처남 요한, 옛 연인이었던 로나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위기를 겪는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수리도 끝나지 않은 배를 띄우는 등 세월호 참사와 맞물린 내용으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김광보 연출가는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이 작품을 논의했다”면서 “특히 배와 관련된 부분에서 처음에는 자본주의에 물든 인간들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참사와 희곡 자체가 너무 맞아떨어져서 연출하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광보 연출가는 “연극의 구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동시성에 주목했다”면서 “연극이 진행되면서 무대에 점차 기울기가 생기는데 이것은 침몰하는 한 사회, 국가를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베르니크 역을 맡은 박지일 배우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대본을 보는 순간 감정이입이 바로 됐다. ‘사회의 기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 잘 알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지일은 “그래도 베르니크는 실제 우리 사회의 기둥들보다는 조금 순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베르니크가 자신의 죄악과 거짓을 감추려고 끝까지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개과천선하면서 갈 것인지 연출과 많이 상의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부르주아지 혹은 사회지도층의 위선과 거짓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이 작품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아픔을 치유하길 바라고 있다. 작품은 공연은 19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원작 헨릭 입센, 연출 김광보, 제작 LG아트센터, 번역.드라마터지 김미혜, 윤색 고연옥,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의상 김지연, 소품 정윤정, 분장 백지영, 음악 황강록, 안무 금배섭, 출연 박지일, 정내은, 정수영, 이석준, 우현주, 김주완, 이승주, 손진환, 유성주, 채윤서, 한동규, 유연수, 구혜령, 백지원, 서정연, 이형석, 관람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사진=씬플레이빌, 김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