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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리포트 깊이읽기)통일대박론에 대처하는 은행들의 자세
입력 : 2014-11-18 오전 7:57:52
<보고서 '홍수' 시대다. 때문에 국책 연구소를 비롯해 민간 연구소에서 양질의 보고서를 생산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되고 아깝게 놓치는 리포트를 선정해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이른바 '통일대박론'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통일이 되면 시장 확대, 자원 및 우수하고 저렴한 인력자원의 확보 등에 따라 고성장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30년 정도 지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최상위 부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런 전망은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나 경제력 측면에서 차이가 큰 두 체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어떤 식으로든 최소화할 수 있거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0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일대박 가능하다’라는 주제로 경제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제공=통일부)
 
'통일 대박론' 이후에 은행권에도 '통일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통일 관련 TFT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통일금융 관련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단편적인 상품개발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통일대박론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통일금융의 현실 간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두 개의 보고서에 눈길이 간다.
 
먼저 지난 12일 발간된 '은행업 관점에서 바라본 통일금융의 이슈와 과제'에서는 통일대박론으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양 체제의 금융시스템 통합이 은행권에 주는 시사점을 냉철하게 짚어준다.
 
같은 날 발간한 '서독 은행의 동독 진출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는 서독 3대 은행의 동독지역 진출 사례를 소개하며 은행권이 남북한 통일 과정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일금융은 결국 남북한 금융시스템 통합
 
통일금융에 대한 전망들은 북한의 금융시스템이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으로 이행하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금융시스템이 통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통일금융과 관련된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주의 금융시스템의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으로의 이행 내용과 그 과정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현재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에 근간을 두고 있는 북한에서 금융이란 '국가은행을 중심으로 화폐자금을 계획적으로 융통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제관계'이다.
 
자금공급 측면에서는 원칙적으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기능이 통합된 단일은행제도이다.
 
즉 일원적 은행체제를 바탕으로 중앙은행(조선중앙은행)이 자본주의 국가에서와 같은 통화정책기능 없이 모든 기업투자재원 및 가계부문의 필요자금을 재정자금을 활용해 책임지고 공급한다.
 
따라서 통화 통합을 포함한 남북 금융시스템의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일원적 은행제도가 자본주의적인 이원적 은행체제로 변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 실장은 사회주의 은행시스템이 자본주의 은행시스템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는 몇 가지 과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이원적 은행체제(중앙은행+상업은행)로의 변화를 위해 중앙은행에서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하고, 분리된 상업은행의 사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여신에 대한 상환 개념이 없던 기존 사회주의체제에서의 많은 투자와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 주도하에 부실채권정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셋째, 은행 시스템의 이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는 주식, 채권 시장 등 자본시장을 육성해 통합된 금융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경로의 자금중개기능이 작동하고 통화금융정책의 파급경로가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급결제제도와 관련해 제도적인 측면에서나 IT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다섯째, 환율제도를 정비해 자유로운 국제교역이 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섯째, 통화정책 및 감독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은행 사유화 과정으로부터 성장 기회 포착
 
결국, 북한 지역의 금융시스템 이행 및 통합 과정은 원활한 경제 시스템의 작동을 위한 금융중개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중개시스템의 핵심기관인 국내은행들은 각 단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적 은행체제로의 이행은 필연적으로 은행 소유의 사유화를 동반한다.
 
이때 국내 은행업은 직접적인 자본투자나 조인트벤처 투자, 지점 진출 등을 통해 북한 지역에 상업은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면서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 지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구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함께 진출한다면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도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지역의 부실채권 정리과정, 북한 지역 중소기업들의 창업, 인프라 건설을 위한 대규모 자금공급 필요성 등도 국내은행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경우에도 통일 이후 5년 이내에 동독 지역의 지점을 300여개로 확대했으며 서독 기업의 동독지역 진출과 정부의 인프라 구축 사업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면서 현재의 글로벌 리딩뱅크로 급성장한 바 있다.
 
◇현지 은행 인수냐 vs 단독진출 전략이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이정훈 경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도이체방크, 드레스드너방크, 코메르츠방크 등 서독 3대 은행 동독지역에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이들 은행은 현지 은행의 인수 유무에 따라 차별적 전략을 구사했으며, 그 결과도 차이를 불러왔다.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방크는 동독국립은행의 상업은행 부문을 인수해 빠르게 영업망을 확보했다.
 
도이체방크는 독일신용은행 인수, 도이체방크 자체지점 설치, 자회사 설립 등 복합적인 진출 전략을 바탕으로 경제통합일에 146개 지점과 9340명의 직원을 확보하는 등 가장 빠르게 동독지역 영업망을 구축했다.
 
드레스드너방크는 동독지역에서 설립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동독지역으로의 영업망 확충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코메르츠방크는 동독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합작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직접 지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단독진출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단독진출 전략을 구사한 코메르츠방크는 영업망 초기 선점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에 비하면 지점수(21개)가 턱없이 부족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동독지역 은행을 인수한 경쟁사에 비해 초기 영업망 확보가 지연되면서 영업기회를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단독진출 전략은 인력 및 지점의 구조조정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경쟁사에 비해 비용절감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북한과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의 동독은 주변 정세와 경제력 등에서 격차가 크기 때문에 동독 사례를 북한에 맞게 적용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통일 과정에서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가 단시간 내에 나타나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돼 있을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업기회가 많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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