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11월 10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에서는 상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검찰이 앞서 징계 개시를 청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 지를 두고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내용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변협에서는 해당 변호사들에게 소명서를 오는 21일까지 보낼 것을 통지했습니다. 그나마도 7명 중 기소된 변호사 5명은 아직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5명이 기한까지 소명서를 제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대부분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통례입니다. 무죄가 선고되든 유죄가 선고되든 검찰이나 해당 변호사가 항소, 상고를 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기소되지 않은 채 징계 개시가 청구된 변호사 2명입니다. 이 2명은 기한 내에 소명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연기신청할 가능성도 있지만요. 변협 관계자에 따르면, 소명서를 제출하더라도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징계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검찰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요지는 변론권 제약쪽으로 비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실의무 망각..변론권 침해 아니야"
"민변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과 관련해서 논의가 너무 변호인의 변론권 제약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취지는 변론권을 침해하자는 것이 아니다. 변호인에게도 진실의무가 존재하는데 지금 그런 진실의무가 망각되어 있다. 도대체 진실이 뭔지를 밝히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노력은 별로 없다."
검찰 관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권도 중요하지만 실체적 진실도 중요하다.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이번에 징계 개시가 된 민변 변호사들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소홀히 했다는 주장입니다.
"죄를 의심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이 최우선 가치가 돼서…인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침해하면 안 된다. 그러나 너무 그쪽으로만 치우치다 보니까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정의실현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가 소홀히 하고 있는 게 아니냐. 그런 우려 때문에 사회적 논의와 평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또 학자들의 논문이나 외국의 예를 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학자들의 논문들이 많이 나와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변호사들에게 어떤 진실의무를 부과했는지 윤리장벽들이 있고, 생각보다 변호사들에게 진실발견이나 진실은폐 금지에 상당히 많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너무 안 되어 있다. 민변 몇분의 변호사, 일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이번 사건이 불거진 다음 대법원에서는 국가정보원 수사단계에서 수사를 방해했다며 강제퇴거 당한 변호사에게 국가는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장경욱 변호사 변론권침해 국가배상 판결 확정
승소가 확정된 변호사는 바로 이번에 기소되지 않은 채 '허위진술 강요' 등으로 검찰이 징계개시를 신청한 장경욱 변호사입니다.
장변호사는 일심회 간첩사건에서 '장마이클'을 변호했습니다. '장마이클'은 2006년 10월 24일 간첩 등의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체포돼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장 변호사와 국정원 수사관들간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해 11월8일 장 변호사는 국정원의 '장마이클'에 대한 피의자신문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참석 위치나 신문내용 메모 등과 관련해 국정원 수사관들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그러던 중 국정원 수사관들은 '장마이클'이 국내에 입국 직후 국내 모 카지노를 이용한 사실을 집중 추궁했고 장 변호사는 혐의사실과 관련 없다며 "향후 일체의 진술에 대해서 거부하시라고 조언을 드릴께요"라고 말했다가 수사방해로 강제퇴거 당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피의자가 조력을 먼저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수사기관의 신문 방법이나 내용에 대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언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변호인이 수사 방법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고 진술거부권 행사를 권유한 행위를 두고 신문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국가가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검찰 "사회적 판단 받아보자"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7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에 앞서 민변에서는 논평도 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검찰 관계자는 앞에서 본 것 처럼 물러서지 않고 "사회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번 징계개시 청구는 어떤 형태로든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징계가 정당하든 부당하든 결론에 불복하는 쪽은 결국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당장 변협이 어떤 결론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변호인의 '변론권의 범위'에 대한 정의가 확실히 내려져야 하겠습니다.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까지 나온 최근의 상황에서 변호권을 가운데 둔 수사기관과 변호사들의 소모전은 인권보호나 실체적 진실의 발견, 소송경제 등 어떤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