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해 세계 무역은 선진국의 경기부진으로 성장률이 정체됐다. 수입 감소폭이 수출 증가폭보다 더 컸고, 경제성장률이 무역증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WTO는 다자체제를 통해 무역둔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WTO의 '세계 무역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무역성장률은 2.2%로, 지난 20년(1993년~2003년) 동안의 연평균 무역성장률(5.3%)은 물론 2012년의 무역성장률(2.3%)과 비교해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수출성장률(2012년 2.4%→2013년 2.5%)은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수입성장률(2012년 2.1%→2013년 1.9%)은 0.2%포인트 떨어졌는데, WTO는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세계 무역이 불황에 빠진 것으로 분석했다.
'무역성장률은 경제성장률의 2배'라는 공식은 이번에도 깨졌다. WTO보고서는 "2013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2.2%로 무역성장률과 같다"며 "과거 수십년간 유지된 세계무역 성장률과 GDP성장률 간 2:1 관계가 2012년에 이어 또 깨졌다"고 말했다.
◇세계 상품무역 수출과 GDP성장률 변화(단위: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세계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무역도 장기 둔화에 빠졌고, 과거 수십년간 세계 무역증대를 이끌었던 경제요소들이 더이상 무역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에 WTO는 선진국 중심의 무역체제에서 탈피하고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다자체제를 통해 새로운 개발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고서는 각종 무역지표를 봤을 때 세계 경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위상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선진국의 1인당 GDP는 연평균 0.9% 성장했으나 개도국은 4.7% 올라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격차 줄었고, 세계 무역 내 개도국 비중은 2011년 47%까지 늘었다.
개도국에서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부상하는 점도 주목된다. 개도국에서 GVC 관련 교역의 비중은 1988년 이후 4배로 증가했다.(1988년 6% → 2013년 25%) WTO는 "GVC는 세계 경제에 낮은 비용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WTO는 지난 10년간 금속·광물의 가격지수가 2배 이상 증가했고 농산물 가격도 2배 오르는 등 당분간 가격수준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거시경제적 취약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대응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관측했다.
WTO보고서는 "다자무역 규범수립과 유연성(Flexibility), 기술지원 등으로 개도국의 무역증진과 개발에 기여해야 한다"며 "지난 20년간 무역협상은 양자적·지역적으로 추진됐으나 개발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자적 접근방식이 가장 유효하고 WTO 무역규범 업데이트, DDA 협상 등 다자체제의 진전을 21세기 개발목표 달성의 근간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