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간밤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특히 독일에서 연달아 부진한 지표가 나오면서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변동성 지수가 8개월래 최고치로 급등한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시장의 향방을 알기 위해서는 유로존의 추가 부양책 시행 여부와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우지수 올 들어 최대폭 하락..상품 시장도 '출렁'
9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일제히 큰 폭의 흔들림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는 전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효과로 급등한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4.97포인트(1.97%) 떨어진 1만6659.25에 장을 마치며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 한달간 다우존스 지수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역시 각각 40.68포인트(2.07%), 90.26포인트(2.02%) 하락한 1928.21, 4378.34에 거래를 종료했다.
유럽 증시 역시 대체로 부진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50 지수는 0.35% 내린 3042.50을 나타냈고 영국 증시와 프랑스 증시는 각각 0.78%, 0.64% 내렸다.
상품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1.54달러(1.8%) 떨어진 배럴당 85.77달러로 마감되며 2012년 12월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역시 장중 89.90선까지 떨어지며 2년만에 90선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였다. 유로존 경기 둔화에 따른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전망이 퍼지면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2691달러선에서 움직여 직전월 거래일보다 0.0042달러 하락했다.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장 초반 2.28%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들어 낙폭이 제한됐다.
◇유로존 중심으로 커지는 전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전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된 것이 이날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특히, 유로존이 침체에 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최근 독일의 경제 지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독일의 지난 8월 수출은 전월대비 5.8%나 감소해 지난 2009년 1월 금융위기 당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연설을 통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증거가 포착되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이날 유로존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면서 ECB에 추가 부양책을 요구했다.
지난 8일 IMF는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로존과 일본, 브라질의 성장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마크 루쉬니 재니몽고메리스캇 수석 투자전략가는 "유럽의 경제 성장이 약화되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 세계를 공포로 밀어 넣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된 우려감 역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적으로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세계은행(WB)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웃 국가로 번질 경우 이들 국가가 입게 될 경제적 피해는 올해에는 74억달러에 이르고 내년 말까지는 32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첫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고 스페인에서도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우려감은 증폭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끊임없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계속되며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다.
신 맥카시 웰스파고 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라크·시리아 공급, 에볼라 사태, 또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 장세 지속될 것.. ECB 추가 부양책·美 실적 '주목'
다수의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뚜렷한 상승 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세계 경제 둔화, 에볼라 바이러스,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이 세 가지 요인은 모두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뉴욕 증시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10월 약세장을 연출했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드류 윌신 페니모어 에셋매니지먼트 전략가는 "시장에 위험선호와 위험회피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변동성 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ECB가 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설에서 이날 드라기 총재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ECB가 얼마나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향방 역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어닝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실적을 통해 미국 경제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견고한 회복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어느 정도 불안감이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뉴욕 증시 급락세는 최근 급등에 따른 것으로,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크레이그 엘럼 알파리U.K 전략가는 "전날 주가가 크게 오른데 따른 차익 실현 장세일뿐"이라며 "전날 주가 상승 폭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