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가 크레딧 운용비중을 50% 넘게 확대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듀레이션 베팅 제한으로 줄어든 손익변동을 크레딧으로 채울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오랜 회사채 강자의 통 큰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올 상반기 목표수익 100% 달성에 이어 9월 현재 100% 초과 수익을 낸 배경이기도 하다.
24일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20%에 달하던 회사채 등 크레딧 운용비중을 33% 정도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여타 대형증권사의 크레딧 운용비중이 1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 배 규모다. 종전 0.5~1로 두던 듀레이션(가중평균 잔존만기)을 올 초 0.4~0.6으로 한 단계 더 줄이면서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한 거듭된 고민의 결과다.
"자신있는 것을 선택한 덕분이죠. 판단과 동시에 내린 과감한 결정도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2중 장치 안전"
회사채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거둬도 좋다고 했다.
"대부분 AA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만 담았습니다. 건설, 조선, 해양 업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요. 본부 자체 크레딧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어 '2중 장치'를 찬 셈입니다."
쉽지 않은 것은 물량 구하기라고 했다. 올 들어 우량 회사채 발굴에 집중, 무던히 품을 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코리안페이퍼(KP) 외의 해외채권 투자 확대 계획은 없다고 했다.
"물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국내 시장에서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적극적으로 비중을 높이진 않으려 합니다. 잘 아는 시장에 집중하고자 일부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해외채권운용 규모는 5000억원 정도다. 대부분 KP물로 직접투자분이 미미한 수준이라 투자라고 할 것도 없다고 황보 본부장은 말한다.
리테일 판매부문의 브라질·중국채권 규모는 늘릴 방침이다.
"브라질채권과 중국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계속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위안화 채권의 경우 중국의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한도 부여(13조5000억원) 이전부터 홍콩 자산운용사를 통해 물량을 꾸준히 공급받아 왔습니다."
10~15년 만기채인 브라질채권의 경우 외환(FX)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터라 고객 성향에 따라 환 투자를 병행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기물(9개월~2년 만기)인 중국채권은 현재 환 리스크를 제거한 풀 헤지 상품 위주로 내놨지만 향후 환 투자가 가능토록 라인업을 꾸릴 예정이다.
최근 중국국채금리가 제법 떨어진 점은 기회로 활용키로 했다. 중국국채 외에 우량 회사채와 공사채 등 다양하게 담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섯번의 기회 모두 포착.."실패 없었다"
황보 본부장 지휘 아래 채권운용본부는 집단지성의 힘을 따르는 '팀 어프로치 방식'을 8년째 고수해왔다. 다수의 공감을 얻은 방향은 실수를 가장 줄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운용역 8명을 포함한 총 12명의 직원은 하루 한 번 회의를 통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체크한다. 듀레이션 등 운용방향을 결정하기 위함이다. 바뀌는 시장에 대비하는 전략 포트폴리오(SP) 회의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장 마감 후 회의에서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70%를 가져가는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정한다. 이를 통해 채권 만기별, 종류별 보유비중을 새로 짠다.
"경제 변수를 세분화시켜 개인별 점수를 매깁니다. 그걸 집계해 듀레이션 조정 북을 정하는 겁니다. 금리, 경기, 물가, 환율, 통화정책, 수급, 해외요인, 가격심리 등이 그 변수죠."
무엇보다 업계 '최장수 사장'에 대한 신념이 있다고 했다.
"유상호 사장은 늘 운용 데스크를 기다려주고 믿고 맡겨줍니다. 이래라 저래라 않는다는 겁니다. 기회를 포착, 원칙으로 정해둔 듀레이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보고했을 때 한번도 반대를 한 적이 없었죠."
실제 올해 총 다섯 차례의 듀레이션 확대 기회는 모두 주효했다고 한다. 다행히 실패도 없었던 것이다. 본부는 상반기 목표수익 달성에 이어 현재 '더블 수익'을 낸 상태다.
한편 황보 본부장은 내년도 대형증권사의 채권 사이즈 확대 여지가 커진데 대한 기대가 크다.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으로 채권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RP 판매고 기준 8조200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RP운용액이 가장 많다.
"내년에도 올해 만큼의 기회는 있을 겁니다. 국채발행 규모나 시장 수급상황이 나쁘지 않아요. 통화정책 면에서도 긍정적이죠. 단지 미국과 디커플링에서 커플링으로 갈 시점이 언제냐가 관건인 것으로 봅니다."
이 뉴스는 2014년 09월 24일 ( 18:16:34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