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정부가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반전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을 제외한 현장에서는 반응이 시큰둥 한데다, 전문가들 역시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최대 60%, 지방 70%로 제한된 담보인정비율(LTV)을 일괄적으로 7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에 한해 서울 50%, 경기 및 인천 60%로 정해진 총부채상환비율(DTI) 역시 모두 60%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수도권에서 집을 살 때 대출로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현재보다 늘어나게 되며, 특히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권에 많은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개포동에서는 DTI와 LTV 완화 소식이 커다란 호재일수 밖에 없다"며 "개포 재건축 단지는 다른 곳과 달리 투자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과거 호황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출 규제 완화 소식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제(16일)는 개포주공 1단지가 오른 가격에 거래됐고, 2단지 전용면적 25㎡와 3단지 42㎡, 4단지 35㎡ 등 전반적으로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일단은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지방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금융규제가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 하락폭이 컸던 수도권에서 그나마 집을 사려는 수요마저 대출한도에 막혀 거래를 더욱 얼어 붙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서구 마곡동 O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렇게 가계부채가 걱정된다면 애초부터 지방에서도 DTI를 제한했어야 했다"며 "지방에서는 집값이 폭등한 곳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가계부채가 넘쳐도 되고 수도권은 집 하나 가지고 있는 것 마저도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가계부채가 늘면 안 된다니 이게 무슨 수도권 역차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서민 경제가 바닥인 상황에서 있는 규제를 다 풀어도 집을 살까 말까인데, 풀려면 풀고 안 풀면 마는 것이지 몇년을 푸느니, 마느니, 합리화하느니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찔끔찔끔'식 규제 완화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규제 자체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과열과는 거리가 먼 현재 시장 상황에서 LTV와 DTI를 완화한다고 시장이 활성화 되기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대출 규제는 과열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한다고 해서 거래가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집을 살 사람들은 벌써 다 샀다고 봐야 한다. 저금리에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올랐기 때문에 급매물이 바짝 소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주택가격 상승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풀어준다고 당장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집을 사지 않는 이유가 대출이 막혀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영상 분양닷컴 소장은 "대출 규제 완화로 거래를 늘린다는 것은 아직까지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는 무주택 서민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억지 부양책이 될 수 있다"며 "주택시장은 사실상 가수요가 움직인다고 볼 수 있는데, 투자 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늘린다고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이번 금융규제 완화를 필두로 다른 부동산 규제들도 하나 둘 씩 풀린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3월 발의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과 2년째 표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이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모두 여야의 대립으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며 시장의 관망세만 더욱 짙어지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태희 팀장은 "이번 LTV·DTI 완화가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며 "지금은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불투명하지만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 완화 움직임에 체감 경기가 좋아진다면 하반기 이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고 내다봤다.
유영상 소장도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주택시장 거품이 빠지기를 기다려 실수요까지 움직이게 하든가, 아니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다른 규제들을 마저 다 푸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사진=방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