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앵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삼성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셈입니다. 자연스레 3세 경영 승계 작업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소식 어제 밤 뉴스토마토가 단독으로 보도 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산업부 임애신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임 기자, 삼성에버랜드가 오늘 오전 깜짝 발표를 했죠.
기자: 삼성에버랜드는 오늘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 1분기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상장을 계기로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에버랜드는 4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이번 상장을 계기로 패션과 리조트, 건설, 급식사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에버랜드가 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과 인력, 경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에버랜드 상장으로 인해 삼성그룹의3세 경영 승계작업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에버랜드와 무슨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건지요?
기자: 현재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고, 생명은 전자 지분을, 전자가 SDI 지분을, SDI는 물산 지분을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삼성에버랜드가 사실상 지주사격입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씩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도 3.72%의 지분을 갖고 있어 오너가의 지분만 45.56%에 달합니다.
앵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한 후 지분가치가 올라가면 삼성 일가는 거액의 상장 차익을 얻겠죠?
기자: 에버랜드 상장으로 삼성 일가의 보유 지분 가치가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260배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1996년 12월 삼성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실권한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이 주당 7700원에 사들였는데요.
당시 이 부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입금액은 48억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에버랜드 적정 주식가치는 주당 8만5000원 수준으로 추정됐기 때문에 헐값 발행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앵커: 삼성에버랜드 상장이 상장이 목적이 아니라 향후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기자: 맞습니다 .에버랜드 상장 이후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를 삼성전자와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7% 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에서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합병할 경우 삼성전자에서도 자연스럽게 지배력이 강화됩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일가는 상장 차익뿐 아니라 경영권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됩니다.
앵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있는 와중에 결정되면서 일각에서는 에버랜드의 상장을 앞당겼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기자: 재계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에버랜드 상장 추진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잊.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직 의식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그룹 내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오늘 신권식 삼성에버랜드 상무는 기자들과 만나 "회장 건강과는 연관이 없다"며 "오래 전부터 계획된 수순에 따라 발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 또한 에버랜드 상장과 이 회장 병세와의 연관성을 하나같이 부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에버랜드 상장이 예상보다 이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요. 시각차가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삼성은 지난달 삼성SDS를 올해 내로 상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삼성에버랜드 상장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르다는 게 중론입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1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외형을 키운 다음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소 빠르다"면서 "서두르는 것을 봐서 지분가치의 현실화를 통해 경영권 승계 관련한 재원 또는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에버랜드 조기 상장이 이 회장 건강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의 경영권 승계"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오늘 에버랜드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삼성전자 등이 상승 마감했습니다. 또 장외시장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사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는데요. 이에 반해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글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에버랜드 주식 대부분을 이건희 회장 자녀와 그룹 계열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이달 중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후 구체적인 상장 추진 일정과 공모 방식 등을 예정입니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삼성의 경영승계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은 어떤 수순을 밟을지 시장과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