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인터뷰)이은미 “20년 넘은 음악가 퇴물 취급, 서운해”
입력 : 2014-03-31 오전 8:22:48
◇가수 이은미가 신곡 '가슴이 뛴다'를 발표했다. (사진=네오비즈)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호소력 짙은 음색의 베테랑 가수 이은미가 새 앨범을 내놨다.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가 담긴 이은미의 새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는 지난 27일 발매됐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인으로서 살아온 이은미의 철학과 내공이 녹아있는 앨범이다. ‘스페로 스페레’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의 라틴어.
 
지난 2012년 발표한 미니앨범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음반을 또다시 미니앨범으로 제작한 것은 다소 의외다.
 
이은미는 “새로 발표된 노래가 음원 차트에서 1주일을 넘기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가 아마 유일할 것”이라며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재미가 없다. 한 곡, 한 곡에 정성을 쏟는데 타이틀곡 외엔 사람들에게 잘 들려지지 않는 상황이 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미니앨범을 내면 전곡을 어느 정도 들어주실 것 같았다. 그리고 미니앨범을 하니까 작업을 짧게 해도 되니까 너무 좋더라”며 웃어 보였다.
 
다음은 이은미와의 일문일답.
 
-이번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시간이 흐르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다 보니까 내가 그다지 팬들에게 친절한 음악가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힘들 때 위로를 받고 싶은데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친절하고 가까운 음악을 원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통속적으로 사랑이란 주제로 표현되긴 했지만, 다시 힘을 낼 수 있고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수록곡의 노랫말에 유난히 괜찮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다. 노래가 세상에 나왔을 땐 들어주는 분들이 생명력을 주시는 것이다. 노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듣는 분들의 몫이다.
 
-노래를 만들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이제 쉰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라서 직접 경험으로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이 나이에 좌충우돌 경험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 영화나 책, 시, 전시, 다른 사람의 공연 등이 모두 음악의 소재가 된다. 다행히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잘 기웃거리는 편이다. 어떤 분들은 ‘애인 있어요’ 이후 내가 발라드만 불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가로서의 경험이 음악의 중심이 되고, 항상 새로운 것들로 가능성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인으로서의 고민이 있다면.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고 생활인으로서도 만족할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0.1% 안에 드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 나이에 맞는 경험을 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매해 체력적으로 조금씩 버겁게 되고, 20주년 공연을 했을 땐 하루에 2회 공연을 악착같이 했는데 지금은 못할 거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감각적으로 자꾸 녹스는 것이 아닌가, 내가 혹시 정체돼 있는 것은 아닌가 들여다 보게 된다.
 
-타이틀곡인 ‘가슴이 뛴다’의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어떤 의미에선 나를 괴롭힌 노래다. 원래 오랫동안 노랫말을 붙잡고 있는 경우가 잘 없는데 ‘가슴이 뛴다’ 같은 경우엔 노랫말이 안 써져서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훨씬 더 빨리 음반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8개월 동안 속을 썩였다. 묘한 것이 음악 작업을 할 때 딱 맞는 신발처럼 들어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도 시간에 쫓겨서 만드는 것보다는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선희, 이승환 등 베테랑 가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새 앨범을 내서 화제인데.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경력 20년을 넘긴 음악가들을 퇴물 취급하는 경우가 있어서 서운하다. 얼마나 농익은 음악을 보여줄까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지금의 나이가 보컬리스트로서 최고 정점의 소리를 낸다고 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도 오랫동안 손때를 묻히고 연습량이 묻어나야 하는 악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인생을 통해 느낀 것들에 대해 녹여내기에 오히려 좋은 시점인 것 같다.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하루에 필라테스 한 시간, 수영 한 시간, 골프 한 시간반, 강아지와 산책 한 시간을 한다. 얼마 전에 스타일리스트가 그걸 보고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라고 그러더라. 삶이 조금 헐거워지면 실제로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볼까 생각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재밌어 한다. 물론 음악은 감정 소모를 하는 작업이라서 육체적인 체력만 갖고 있다고 되는 건 아니다.
 
-평소 선거 유세나 찬조 연설 등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가수로서 그런 활동들이 부담스럽지 않나.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향이라 생각한다. 아무렇지 않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분들이 내 음반을 사주셨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를 더 밝고 건전하게 만드는 데 내 능력을 쓰고 싶다. 내가 받은 사랑을 그런 방식으로 돌려드리고 싶어서 내가 생각하기에 정당한 행위와 정의로운 방법을 고르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음악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가.
 
▲음악을 하면 할수록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알 것 같은데 그게 막상 손에 잡히진 않는다. 화려함에 흔들리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어떤 무대든 다음 무대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가 언제까지 음악을 할 것인가는 들어주시는 분들이 정해주시는 것이다.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야 나도 존재 가치가 생긴다.
 
정해욱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