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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onomy)명작이 말하는 못다한 경제이야기
조원경 <명작의 경제>, 장발장 등 12편 분석
입력 : 2014-03-29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빵을 훔치다 붙잡힌 장발장은 19년동안 감옥에 갇혀있다 나온다. 미리엘 주교는 오갈데 없는 그에게 숙식을 제공해주지만 장발장은 주교의 은그릇을
훔쳐 도망간다. 헌병에게 붙잡힌 장발장을 미리엘 주교가 구해주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착하게 살아간다..."
 
고백하건대 내가 기억하는 장발장 이야기는 이게 다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장발장으로 널리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1862)>을 다시 읽었을 때 내가 알고있는 내용은 전체 5분의 1도 안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장발장이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가 내가 살고있는 현실과 너무도 닮아 착잡했다.
 
소설 제목처럼 '비참한 사람들'의 삶이 오늘날에도 해결되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 '푸어 세대'로 연결돼 양극화 시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감속에 저자 조원경은 <명작의 경제>에서 장발장 시대를 현재 경제속 이야기로 풀었다. 150년이 지나도록 시공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레 미제라블>을 경제부처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것.
 
저자는 장발장이 19년동안 감옥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을 때 그를 끝까지 죄인으로 낙인시킨 죄수번호 24601의 노란색 신분증에 주목했다. 빵 하나 훔쳤다고 사람을 19년동안 감옥에 넣어 다시는 건전한 삶을 살 수 없게 '영원한 죄수'로 낙인 시켜 사회적 위치 이동을 전혀 할 수 없도록 만든 억압된 현상을 말이다.
 
현실에서 채무불이행자로 낙인찍혀 경제활동에 제한받는 사람들, 재정위기 이후 사회통합을 해치는 여건이 늘어나면서 낮은 소득 계층의 사람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현실과 같다.
 
이런 탈출구를 제시해 준 것은 미리엘 주교이다. '은촛대'를 통해 장발장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교가 사회통합 시스템이 미비한 사회에서 장발장을 막다른 곳으로 내몰지 않았다는 사실에 집중한 것.
 
저자는 주교가 장발장을 용서한 행위가 좋은 행동을 하도록 팔꿈치를 슬쩍 찌르는 '너지'로 사회 통합 실천의 기본이 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금융당국이 '국민행복기금' 등 채무불이행자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길안내를 제시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용서를 받은 장발장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마들렌으로 새롭게 살아간다. 그는 사업을 시작해 재산을 모은 뒤 시장 자리까지 올라 침체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실업을 줄이는 등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 하지만 장발장이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통합 실천에 애썼지만 자신의 공장에서 쫓겨나 매춘부로 전락한 '팡틴'까지 아우를 수 없는 현실에 부딪친다.
 
결국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어떻게 끌어 안을 것인지, 사회통합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약자가 공존, 공생, 공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명작의 경제>는 레 미제라블 뿐 아니라 <제인 에어>, <안나 카레니나>, <수레바퀴 아래서>, <분노의 포도>, <홍수의 해>, <상록수> 등 13편의 명작을 시대적 맥락에서 등장인물과 사건들의 경제적인 의미를 재해석했다.
 
<분노의 포도>에서는 일자리 문제를 <수레바퀴 아래서>는 교육 문제를 다루면서 18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인물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 소설 속의 삶과 경제이론을 접목해 경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머지 명작들에서도 저자가 주인공들과 양극화의 아픔, 도시화의 고독, 고령화 사회의 아픔, 신음하는 한국 교육문제 등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쉬움도 있다. <제인 에어>에서 다루는 '회복 탄력성', 즉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개척하는 과정을 제인 에어의 행복찾기로 연결한 부분은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가 <레 미제라블>에서 '은촛대'를 사회통합의 의미로 보고, 개인 또는 집단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서 다른 사회적 위치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사회유동성을 키우는 방향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재해석한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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