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빠빠빠'로 연예계에 'B급 열풍'을 몰고왔던 걸그룹 크레용팝. (사진=크롬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연예계에 ‘B급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걸그룹 크레용팝이 지난해 지난해 6월 발표한 ‘빠빠빠’가 대히트를 기록한 데 이어서 tvN의 코미디쇼인 ‘SNL코리아’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더 세련되고, 더 멋진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크레용팝과 SNL코리아는 “더 이상하게, 더 독특하게”를 모토로 내걸었다.
최근 새 앨범을 내고 컴백한 걸그룹 오렌지 캬라멜도 마찬가지다.
오렌지 캬라멜은 무대 의상을 초밥으로 장식하고, 머리엔 생선 장식을 다는 등 독특한 차림새로 무대에 선다. 이들의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은 파키스탄 펀자브 족의 민요인 주띠메리(Jutti Meri)를 차용해 만든 인도 풍 디스코 곡인 '까탈레나'다. 보통의 걸그룹들이 내놓는 노래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곡이다. 오렌지 캬라멜은 '예쁜 척', '섹시한 척'을 하는 대신에 특이한 리듬과 "호이 호이"와 같은 중독성 있는 가사를 통해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대중 문화 산업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우리 문화 콘텐츠는 해외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질 높은 문화 콘텐츠의 생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전세계 120여개국에 수출된 국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경제 효과는 5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중 문화 산업의 이런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문화 획일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각종 문화 플랫폼을 통해 찍어낸 듯 비슷비슷한 문화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TV 드라마에선 삼각 관계, 출생의 비밀 등 해묵은 소재가 여전히 인기다. 가요계에선 기존 그룹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돌 그룹들이 잇따라 데뷔한다.
이처럼 틀에 박힌 듯한 문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히트의 법칙'을 따라가는 데 바쁘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의 생산도 결국은 돈과 직결되는 문제다.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앞서 만들어진 다른 콘텐츠들을 통해 검증된 성공 법칙들을 그대로 적용하는게 가장 편하다.
연예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대중 문화계의 획일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대형 가요 기획사에서 내놓은 가수들이 각종 가요 프로그램과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확보하면서 중소 기획사의 가수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중들은 피로를 느낀다.
하지만 “더 이상하게, 더 독특하게”를 내세우는 B급 콘텐츠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한가지 방안이다. '뭔가 다른 것'과 '새로운 것'을 갈망해왔던 대중들은 B급 콘텐츠로부터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B급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중들의 현실 도피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줬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별에서 온 그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의 사랑을 다뤘고, 이 외계인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학식을 갖춘데다가 초능력까지 쓴다. 안 그래도 세상살이가 고단한데 TV드라마에서마저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B급 콘텐츠는 기존에 짜여져 있던 문화 콘텐츠의 생산 법칙과 유행 공식을 무너뜨린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은 것이 바로 B급 콘텐츠다. B급 콘텐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대중들은 묘한 쾌감을 느끼고, 현실과 문화 콘텐츠 속 가상 세계는 완전히 분리된다. 현실을 잠시 잊고 싶어하는 대중들에게 B급 콘텐츠는 가장 매력적인 즐길거리가 될 수 있다.
크레용팝은 이달 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며 ‘B급 열풍’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다른 B급 코드의 대표적인 가수인 싸이 역시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