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이효정기자] 겨울스포츠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스포츠팀 성적에 따라 금융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구단들이 직접 뛰는 만큼 팀성적이 좋은 곳은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대외적인 위상도 올라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기업銀, 신한銀 등 전통강호 누르고 선전 `꼴찌의 반란`
◇기업은행은 여자배구단 '알토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을 본점 건물 외벽에 설치했다.(사진출처=뉴스토마토 DB)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여자농구 6개 구단은 모두 금융사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남자배구 5개 구단, 여자배구 2개 구단, 남자농구 1개 구단도 금융사들이 맡고 있다.
특히 여자농구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을 비롯해 KDB생명, 삼성생명이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이 구단주와 단장을 직접 맡고 있어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권에서는 '영업전쟁 대리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순우 행장이 구단주로 있는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이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도 '꼴지의 반란'이란 드라마를 썼다.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은 한 때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만년꼴지'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였지만, 이번 시즌에서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대신에 '전통의 강호'였던 신한은행 여자농구단은 지난해부터 계속 우리은행에 정규리그 1등을 내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6시즌 연속 여자프로농구 정상에 오른 강팀이지만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등 신한은행 출신 코치들을 우리은행에 빼앗긴 후부터는 우승컵을 놓치고 있다.
꾸준히 순위에 올랐던 삼성생명의 여자농구단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냈다.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었으나 이번 시즌에서는 좌절, 자존심을 구겼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여자배구에서는 신생구단인 기업은행이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창단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단기로 2년 연속 정규리스 우승을 달성했다.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을 본점 건물 외벽에 설치해 놓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창단 2년만에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뤘다"며 "2년 연속 통합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은 정규리그 꼴찌로 3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배구에서는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정규리그에서 3년 연속 우승하며 여덟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LIG손해보험은 수년째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며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창단 첫해인 우리카드와 러시앤캐시는 아직 경기가 남아있지만 포스트 시즌 탈락은 확정된 상태다.
◇구단주 후선지원 '큰몫'..직원들 사기도 올라
나란히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공통점이 많다.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과 코치진의 전략이 주효했으며, 구단주로 있는 은행의 든든한 후선 지원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의 구단주인 이순우 행장은 농구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 행장은 과거 인사부장부터 인사부행장, 은행장을 거치면서 배구단의 부단장, 단장, 구단주를 모두 지냈다.
이 행장은 여자농구단 성적이 최하위일 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을 모두 물갈이 하는 등 탈꼴찌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이 한창일 때는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 건강식품을 일일이 선물하기도 했다.
단장으로 있는 정기화 부행장도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를 챙기고 있다. 정 부행장은 "지난해에는 용병들 덕분에 우승을 했다고 경쟁팀들이 인정을 안해주는 분위기였다"며 "올해는 국내파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기업은행 여자배구단 단장은 김도진 부행장이다. 김 부행장은 2010년 당시 기업은행 배구단 창단을 검토하던 당시 종합기획부장으로 있으면서 TF팀을 꾸렸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어 직접 접촉하는 일은 적지만 경기가 있을 때마다 시간을 내서 챙기고 있다. 초창기 코치진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면서 믿고 맡기는 게 기업은행의 특징이다.
이처럼 경영진들이 소속 선수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팀성적이 좋으면 직원들 사기가 올라가고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등으로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한 이때 선수단이 경쟁팀을 이기고 좋은 성적을 내주니까 대외적인 조직의 위상도 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도 "배구단 운영을 통해 미디어 노출효과 등 연 500억원 상당의 홍보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