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2박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 김대중도서관에서 방명록 작성중인 무라야마 전 총리 사진=한고은 기자)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한 일정 중 기회가 닿는 대로 '일본의 일관적인 무라야마 정신 계승'을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다시금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한 일정은 지난 11일 국회 환영식으로 시작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작품 전시회를 찾아 위안부 피해자인 박옥선(91세), 이옥선(88세), 이옥선(87세) 할머니와 만나기도 했다.
그는 방한 이틀째에도 국회를 찾아 한일관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리'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총리로서 내 역사적 소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존엄을 뺏은 것으로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이었다"라고 밝히며 위안부 피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에 열린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 현장에서는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섞여 나왔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무라야마 전 총리를 환영하는 열기가 뜨겁지만 한 개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어 오후에 열린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베 내각도 제1내각에서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언명했다"며 한일 양국이 무라야마 정신에 기초한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폐렴 증세로 입원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문병한 것으로 13일 확인되기도 했다.
방한 셋째 날인 13일에는 이희호 여사와 정홍원 총리를 차례로 예방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서울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이희호 여사와 만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김대중도서관을 떠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오후에는 세종로 정부청사를 찾아 일정상의 이유로 면담이 무산된 박근혜 대통령 대신 정홍원 총리를 만나 한일관계 발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사흘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사과를 담아 1993년 발표한 '고노 담화'를 이어받아, 1995년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식민지배와 그로 인한 피해에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주변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번 방한에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우리에게 일본에 존재하는 양심의 소리를 들려줬다.
하지만 무라야마 전 총리 방문 이틀째인 지난 12일 일본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 거론은 일본에 대한 비방중상"이라고 주장하며 '망언을 하는 사람은 일본의 소수'라던 무라야마의 확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신사참배 강행 등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2000년 정계를 은퇴한 정치 원로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또 국내에는 "무라야마 전 총리는 '국민평화기금'이라는 미봉책으로 위안부 문제의 공식적 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