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허위·과장광고를 한 경우 시행사 뿐만 아니라 시공사에게도 그로 인해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건설회사들이 시행사를 앞세워 허위·과장광고를 하게 하고 부당하게 분양률을 높여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심모씨 등 수원시 광교산 '그대家' 아파트 분양계약자 71명이 허위·과장광고로 얻은 부당이익을 반환하라며 임광토건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0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소송 중 임광토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회생절차 종결결정을 받는 과정에서 입주자들이 청구취지를 변경한 것은 불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원심 판결은 절차상 잘못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계획조차 없는 아파트와 국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신설된다고 표시·광고한 행위는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소비자로 하여금 도로 개설계획이 확정된 것으로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피고의 표시·광고행위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 거래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해 구체적인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시공사인 피고가 표시·광고행위의 주체로서 시행사와 함께 표시광고법상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손해액을 분양대금의 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정한 원심 판단 역시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소송 중 피고의 회생절차 개시결정과 종결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회생채권 확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정받으면 되고 다시 금전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를 간과하고 청구취지 변경에 따라 피고에게 금전지급을 명령한 판결은 회생채권의 확정 또는 회생절차 종결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임광토건이 수원시에 건설한 '그대家' 아파트의 분양을 맡은 에프.아이.에프는 2008년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수원시가 시행하는 7.9km의 4차선 북수원-상현 I.C간 도로(47번 도로)가 2010년 완공돼 해당 아파트에서 광교신도시까지 왕래가 편리해진다고 광고한 구조물을 만들어 전시했다.
또 수원시가 2013년에 '세류역-버스터미널-시청-월드컵경기장-종합운동장-정자·천천지구-성대역'을 잇는 18.75Km 길이의 경전철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광고판도 설치했다.
하지만 수원시는 2005년에 47번 도로의 개설은 광교택지개발 계획 등 제반 여건이 성숙한 후 시행할 계획이었고, 200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했던 동부건설을 지정해 실무협상 중이었다. 아파트와 47번 도로를 잇는 1-43번 도로는 신설된다는 계획이 수립된 적도 없었다.
또 수원경전철 사업 역시 당시 도시철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 중에 있었고, 용역 종료 후 경기도와 국토해양부로부터 도시철도 기본계획 승인을 얻어야 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47번 도로가 아파트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아파트 인근에 1-43번 도로가 개설돼 47번 도로와 연결돼야만 광교신도시와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 없이 47번 도로의 개설만 이뤄지면 광교신도시와 직접 연결되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 등은 과장광고"라고 경고했다.
이후 2010년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은 에프아이에프와 임광토건을 상대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에프.아이.에프의 과장광고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분양계약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원고 71명에게 1인당 50만~300만원씩 총 1억5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양홍보책자에 상호가 병렬 표기되어 있고 분양대금을 직접 입금받은 점, 계약상 분양과 관련해 외주용역업체를 선정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 점, 공정위의 경고를 같이 받은 점 등을 지적하면서 "광고의 주체는 시공사인 임광토건으로 에프.아이.에프와 함께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2심에서 원고들은 계약취소에 대한 부분은 빼고 손해배상만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했고, 재판부는 에프.아이.에프와 임광토건의 공동 책임을 인정한 1심을 유지하면서 다만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손해발생의 경위와 실손해 등을 고려해 분양대금의 3%를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하고 1인당 400만~2000여만원씩 총 10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측을 대리한 김태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산)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시공사는 분양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허위·과장광고의 책임이 없다고 본 종전 판례에서 벗어나 광고행위의 주체로서 시행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