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의 외국인 멤버인 크리스, 레이, 루한, 타오.(왼쪽부터) (사진=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10대 팬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들. 이들은 각양각색의 멤버 구성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멤버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 멤버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외국인 멤버들은 국내 멤버들 못지 않은 한국어와 노래, 춤 실력을 뽐내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의 팀내 역할과 입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1세대 아이돌'들이 활약을 펼쳤던 1990년대와 약 20년이 지난 현재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어떤 점이 달라졌고, 왜 달라졌을까?
◇그룹 신화의 에릭. (사진=신화컴퍼니)
◇‘해외파 랩퍼’가 활약했던 1세대 아이돌
1990년대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그룹’에도 외국에서 온 멤버들이 있었다. 다만 외국인이 아닌,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H.O.T의 토니안, 신화의 에릭, 젝스키스의 은지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토니안과 에릭은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그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은지원은 하와이에서 유학을 했다.
이들은 세련된 분위기와 뛰어난 외모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팀내에선 주로 영어랩을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랩 음악이 덜 대중화됐던 상황. 해외파 멤버들의 영어랩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외의 역할에선 국내 멤버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해외파 멤버들은 나머지 멤버들과 똑같은 연예 활동을 펼쳤고, "우리 팀엔 다른 팀과 달리 외국어를 능통하게 할 줄 아는 유학파 멤버가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띠는 정도였다.
◇그룹 GOT7의 마크는 미국 출신이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요즘의 외국인 아이돌들은?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룹 엑소는 12명 중 4 명이 외국인이다. 루한, 레이, 타오가 중국인이고, 크리스가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올해 초 데뷔한 GOT7의 경우, 7명 중 3명이 외국인 멤버다. 마크(미국), 잭슨(홍콩), 뱀뱀(태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 그룹에선 외국인 멤버과 국내 멤버의 역할이 확연히 구분된다. 엑소는 아예 팀을 엑소엠(EXO-M)과 엑소케이(EXO-K) 두 개로 나눠서 활동을 펼친다. 중국 멤버들이 중심이 된 엑소엠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한국 멤버들로 구성된 엑소케이는 한국 시장에 집중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멤버들은 해외 활동시 중요 멘트나 인터뷰를 책임지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또 국내의 각종 행사에선 외국어로 인사말을 전해 TV나 인터넷 중계를 통해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해외팬들에게 팬서비스를 제공한다. GOT7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데뷔 쇼케이스에서 영어, 태국어, 만다린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태국 출신이 2PM의 닉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은 외국인 멤버 영입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엔 아이돌 그룹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외국인 멤버들에 대해 고려를 한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의 외국인 멤버 영입이 가요기획사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 세계 시장에서의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굳이 국내 시장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인지도를 일단 쌓기만 하면 국내 활동보다 해외 투어가 매출 면에서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동방신기는 지난해 18회에 걸친 일본 투어 콘서트를 통해 티켓 수입으로만 약 950억원을 벌어들였다.
외국인 멤버 개개인의 해외 활동 수입도 만만치 않다. 태국 출신인 2PM의 닉쿤, 중국 출신인 f(x)의 빅토리아 등은 현지의 CF와 드라마 등을 통해 활발한 개인 활동을 펼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가요 관계자들은 특히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근래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에 중국인 멤버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13억 인구가 있는 중국 시장의 폭발력이 큰데다가 중국 자체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일본 시장의 경우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 아이돌 그룹들이 이미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외국인 멤버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