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담배 제조사는 매년 1조5000억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있으나 그중 일부(55%)만 건보재정에 쓰이고 나머지는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 특히 이마저도 흡연과 관련된 질병과 치료 예방, 금연에 쓰이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제 1조7000억원을 더 내라고 소송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담배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한 것과 관련해 김병철 담배협 회장은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특히 담배 제조사뿐 아니라 지난 2002년 이전까지 담배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왔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단체가 정부와 담배제조사로부터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점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건강보험공단의 소송은 결국 세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인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흡연자와 제조사, 정부로부터 각종 세금을 받은 건강보험공단이 취지에 맞게 세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놓고 이제 와서 소송을 통해 제조사에게 짐을 더 씌우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 회장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외국 사례의 해석에 근거해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려는 것은 실효성 없는 방안으로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을 지불케 하는 결정"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구상금 청구소송은 기존의 개인 소송과 법리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건보공단의 주장과 달리 국내외에서 진행된 유사한 소송에서 단 한 차례도 원고가 승소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 고등법원은 흡연과 질병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고, 담배 제품에는 결함이 없으며, 담배회사가 관련 법규를 준수해 왔으므로 담배회사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치료비를 부담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미국도 담배와 관련한 175건의 배상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담배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다.
앞으로 건보공단은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하고 이르면 3월부터 담배 회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담배 소송의 대상과 규모, 시기 등은 이사회가 공단 측에 모두 위임한 상태로 국내외 담배회사 모두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27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담배협회 김병철 회장이 건보공단의 구상금 청구 소송에 대한 담배협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담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