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한 증권사 지점 PB팀장은 요즘 환매조건부채권(RP) 특별판매 상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잇따르는 고객문의에도 불구하고 내어 줄 상품이 없어서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RP특판 상품에 대한 자산가들의 문의전화가 오지만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고금리 RP특판 상품을 꾸리기엔 역부족"이라며 "올해 업계와 시장 전반이 어려워진 탓에 말 그대로 '없어 못 파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 고금리 RP 특판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연말이면 으레 쏟아지던 한정판 RP 상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달 새로 출시된 고금리 RP특판 상품은 전무하다. 업계 입장에서 보면 저금리에 따른 자금운용의 어려움 등으로 RP특판 상품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RP특판 상품은 일정 고금리를 얹는 등의 이벤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 유인은 쉽지만 회사 고유계정 운용수익으로 역마진 부담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한 증권사 채권상품팀 담당자는 "금리 인하기에는 자본차익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개발이 부담스럽지 않다. 금리가 내려 채권 값이 오르면 투자자에게 높은 금리를 줘도 손실분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도 금리가 추세적 상승세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굳어진 상황에서는 역마진 상품을 기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RP특판 상품은 일종의 고객 서비스 상품으로 자산영업의 기반 마련을 돕기 위함인데 실제 실적에 기여되지 않는 신상품 구상에 공 들일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특판을 위한 채권을 사들이기엔 올해 채권운용 실적이 좋지 못한 회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앞서 대형 증권사들은 지급보증 능력과 채권 담보력에 힘입어 안정성이 높은 다양한 RP특판 상품을 확보,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 왔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돈 둘 곳 없는 투자자들이 단기자금 운용에 관심을 높이면서 고수익 단기금융 상품인 RP특판 상품의 매력도 부각됐다. 단 하루를 맡겨도 높은 확정금리를 주는 상품이라는 점도 투자요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