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BMW, 폭스바겐 등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선두권에 있는 브랜드들이 최근 앞다퉈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거나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수입차 업체들은 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통한 수익 극대화 정책일 뿐이라며 항변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입차의 영향력 확대와 카푸어 양산 등을 우려하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신차 가격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다양한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으나, 중고차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만은 분명해 보였다.
◇‘BMW 프리미엄 셀렉션(Premium Selection)’.(사진=BMW BPS)
앞서 BMW 코리아는 지난 2005년부터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BMW 프리미엄 셀렉션(Premium Selection)’을 시행하면서 중고차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외 내로라하는 수입차 브랜드들도 앞다퉈 중고차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을 겨냥한 수입차 업체들의 설명은 한결같다. 자동차 딜러, 캐피탈, 중고차로 연결되는 순환고리를 통해 ‘수익성(profitability)’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소비자는 수입차 브랜드의 자사 캐피탈이나 리스사를 통해 파이낸싱으로 신차를 구매하고, 차량교체 시기가 되면 영업사원이 아닌 해당 수입차 브랜드에 차량을 되판다.
업체는 프리미엄을 붙여 중고차 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 대신 중고차 판매 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모델을 구매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붙여 유인한다. 신차에, 중고차에, 다시 신차로 이어지는 영업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입차 업체는 수익 창출은 물론 자사 브랜드의 잔존가치를 높여 국산 자동차와의 이미지 차별화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브랜드 가치에 시장의 주도권이 갈릴 것으로 보고, 국산차와의 브랜드력 격차를 더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수입차의 경우 무상보증기간은 일반적으로 3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소비자는 수리비 부담이 가중되는 탓에 차량을 유지키 힘들어진다. 이는 곧 중고차 시장에서의 높은 감가율로 이어진다.
실제 올해 소비자단체 컨슈머리서치가 SK엔카 매매기준 자료를 바탕으로 출고 3년이 지난 26종(수입차 16종·국산차 10종)을 분석한 결과, 중고차 감가율 상위 10위가 모두 수입차로 나타났다.
BMW, 아우드,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인기차종의 경우 그나마 감가율 하락폭이 낮지만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는 신차 구입 후 3년이 지나 되팔 경우 구입가격의 절반도 못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형 렉서스 LS460 STD의 신차 가격은 1억3350만원이지만, 3년 후 되팔 때는 58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감가율이 무려 56.55%다.
때문에 중고차의 잔존가치를 높여 근본적으로 브랜드력을 강화함으로써 신차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수입 중고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BMW의 경우 2009년 900대에서 지난해 2000대, 올해 3000대 수준의 중고차 판매가 예상된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자 기존 양재, 인천, 부산 등 총 7곳의 BPS(BMW Premium Selection) 전시장도 늘리기로 했다.
BMW 관계자는 “BPS는 무사고 5년, 10만km 이하로 총 72개 항목의 정밀점검을 거쳐 새 차와 같은 수준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한 해 320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되고,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면서 “수입차 브랜드가 자사의 고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가격에 중고차를 판매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의 차를 살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 잠식에 돌입한 독일 브랜드들이 신차 영역을 중고차 시장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국산차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독일 브랜드 간 짬짜미로 ‘시장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 주장마저 이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의 경우 각 사별 중고차 프로그램을 통해 고가의 수입 신차로 갈아타는데, 카푸어 양산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