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뒤엎고 역대 최저치의 기준금리를 또한번 낮췄다. 물가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감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대다수의 유럽 금융기관들과 정치권은 이번 결정에 환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유로존 경기회복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ECB의 조치를 평가절하했다.
◇ECB 기준금리 0.25%로 깜짝 인하..낮은 물가 우려 탓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ECB가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0.75%였던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5%로 낮춘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한 번 낮춘 것이다. 긴급 대출금리는 종전의 1.0%에서 0.75%로 내렸다.
ECB가 사상 최저치의 금리를 또한 번 낮춘 주된 이유는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지난 10월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7%로 전월의 1.1%에서 크게 하락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낮은 물가가 소비와 투자, 기업실적에 악영향을 미쳐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이 재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물가 지표 하나만을 보고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일 것이라며 ECB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해왔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이 지난 6일(현지시간) 24명의 머니마켓 트레이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명을 제외한 모든 전문가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엇갈리는 반응 "인플레 우려 가셨다" VS. "제한적 효과"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가긴 했지만, 유럽 정치권과 금융 기관들은 ECB의 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드라기 총재(사진)가 진두지휘하는 ECB가 전례를 깨고 신속한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ECB에서 좋은 소식이 나왔다"며 "경기침체 우려감이 가시면서 유로존의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도 "금리 인하 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고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도 "이번 결정은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르텐 브르제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장기간동안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경험해왔다"며 "이번 조치는 낮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대니 가베이 패돔파이낸셜컨설팅 전문가는 "ECB의 금리인하 결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유로존 경제가 회복되려면 은행연합·재정동맹·은행구조개혁·부채 상호공유와 같은 이슈들이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분데스뱅크 또한 금리 인하에 못마땅한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CB 위원 23명 대부분이 ECB가 금리를 낮추는 쪽에 손을 들었으나,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뱅크 총재는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인하 조치는 유로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데다 주택 버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버트 신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환율 전략 대표는 "유럽에 필요한 프로그램은 대출 진작책이지, 유동성 확대가 아니다"라며 "유동성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