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정부와 금융당국 주도로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상품을 내놓은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상품을 출시한 금융권은 당국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에 부담만 늘고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렌트푸어 구제방안으로 내놨던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II'의 실적은 지난달말 기준으로 40여건에 불과했다. 이는 은행이 세입자에게 대출한 전세자금을 집주인에게 주고 세입자에게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이 일반 전세대출보다 저금리에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당초 정부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일단 집주인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고 금리도 생각보다 높다는 점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달초 도입된 '목돈 안드는 전세I'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려줘야 하는 보증금을 집주인이 은행에서 대출로 받고 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방식인 이 상품은 연체 위험을 져야하는 부담이 크고 세제혜택 등 유인책도 부족해 현재까지 대출실적은 전무하다.
학계 전문가들은 "전세 자체가 목돈이 드는 제도인데 '목돈이 안드는 전세'라고 하면 어불성설이다"며 "명칭은 그럴듯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실성이 전혀없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는 "서민들의 금융이용 기회를 확대했고 금융부담을 완화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다양한 정책을 펴다보니 질적인 면과 실효성 측면에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적, 실효성 면에선 재고가 필요하다는 소극적 비판이다.
'신탁 후 임대' 상품인 '트러스트 앤 리스백'도 신청자가 7건에 그치자 당초 7월까지만 운영하려던 계획을 올 연말까지 연장했다.
특히 이 상품은 우리은행에만 근저당 설정이 돼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어 대상자가 한정돼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실상 하우스푸어들은 1금융권에서부터 2금융권, 대부업계까지 빚을 낸 다중채무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에만 빚이 있는 채무자는 극히 드물다"며 "시중은행 어느 한 곳만 주도적으로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던 서민금융 상품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서민 대출자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바꿔드림론'이 그 중 하나다. 최근 연체율이 11%대로 접어들어 당국은 신청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저축은행과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이 운영하는 햇살론도 올들어 연체율이 10%를 넘어섰다.
학계 관계자는 "서민금융상품 출시로 대출 받기는 쉬워졌지만 나중에 빚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제도 도입 이전과 같다"며 무분별한 대출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