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국내주식은 뼈가 되고 국내채권은 살이 됩니다. 해외채권은 이 둘을 이어 붙이는 접착제 역할을 하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합비율. 상품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16일 임광택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험구간 배제를 위해, 또는 이상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국내채권, 주식, 해외채권 배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주식은 통상 큰 위험, 큰 손실에 노출돼 있다. 그만큼 큰 기대수익이 보상으로 따른다. 국내채권도 마찬가지나 그 크기가 주식 대비 작다. 해외채권은 그 경계다. 투자에 있어 위험의 규모를 달리하는 이들 상품을 고르게 섞어주면 시장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지나친 쏠림은 반드시 회피할 수 있다는 게 임 본부장의 설명이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그의 투자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투자 들러리 아냐"..부족한 2% 채우는 해외채권
“주식과 채권을 나눠 생각하는 것처럼 단편적인 계산은 없다고 봅니다.”
주식과 채권은 보완관계에 있다고 임 본부장은 말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고도 했다. 보수적인 투자를 하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더라도 반드시 배분전략에 맡기라는 말이다. 또 주식이라는 변동성 높은 자산에만 몰아 담을 수 없으니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채권과 국내주식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은 해외채권이 메운다는 게 임 본부장의 생각이다. 특히 저금리 시대 적합 상품으로 대변되는 중위험 중수익. 이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혼합형 투자다. 임 본부장은 통상적인 혼합형의 기본(채권과 주식 6대 4)에 해외채권을 첨가하면 중위험 중수익에 효율성을 더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채권의 기본적 성격 자체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해외채권의 위험도(변동성)가 국내채권 대비 훨씬 큰 반면 국내주식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은 생각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해외채권을 반드시 일정 규모 편입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해외채권은 국내주식과 채권으로 얻을 수 없는 ‘위험수익(risk-return)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위험대비 상대적으로 늘 좋은 결과를 내죠.”
우선돼야 할 것은 국내주식과 채권, 해외채권에 대한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임 본부장은 강조했다.
“각각의 위험을 감수하고 기대수익 수준의 기준을 세워 자산을 배합하는 것은 나중 문젭니다.”
◇'많이 빠진' 이머징채권 "지금이 기회"
무엇보다 올 들어 발생한 일련의 시장 충격에도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덜 빠진’ 하이일드채권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많이 빠진’ 이머징달러채권펀드나 이머징로컬채권펀드의 경우 지금이야말로 투자기회라고 했다.
하이일드채권펀드는 기본적으로 미국 회사채 가운데 투자 부적격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다. 하이일드채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성격을 띄지만 사실상 주식에 더 가깝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의 채권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습니다. 현재 6% 초반까지 올라와 있죠. 미국경기가 좋아지면 등급 낮은 회사의 펀더멘털이 가장 먼저 개선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가격 상승이 뒤따르는 거죠. 최근 하이일드채권펀드가 다른 해외채권펀드에 비해 덜 빠진 것도 같은 이유에섭니다. 앞으로 미국의 경기 펀더멘털이 더 개선되면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하이일드채권펀드는 연초 대비 1~2%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이머징달러채권펀드와 이머징로컬채권펀드 투자자들이 모두 7~8% 정도 손실을 떠안았다는 점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머징로컬채권의 경우 해당 통화에 대한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환율의 강약에 따라 채권금리 수익 외에 환율 움직임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로컬 자금 유출에 출구전략 리스크로 펀더멘털이 약한 국가의 통화까지 약해지면서 금리와 통화 전반에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금리 민감도가 상당히 큰 이머징달러채권의 경우 중기채권이라는 점에서 환 손실이 훨씬 컸다.
하지만 고점 대비 급락한 이머징달러채권이나 이머징로컬채권은 오히려 지금이 살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들 가격이 고점 대비 거의 10% 가까이 손실을 봤는데 과거 경험적으로 보면 대개 그랬듯 1년이면 손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채권금리 발생상품이기 때문이죠.”
◇하반기 채권운용 관건 "가치평가 집중 투자"
임 본부장은 앞서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해외이머징마켓의 로컬채권 운용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2009년 KB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 재직 당시 로컬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상품을 꾸려 시장에 처음 선보인 것도 임 본부장이다. 국내시장의 자체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운용사도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해외채권 투자 역량을 갖추고 외사와 경쟁할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봅니다. 선진화돼 있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충분한 운용경험을 가졌다면 해외채권 투자의 기본은 이미 갖춘 셈이죠.”
임 본부장은 지난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옮겨와서도 전공을 살렸다. 기본에는 국내자산을 담되 척박한 해외투자 상황 속 해외채권과 관련한 의미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아직 이머징로컬채권에 대한 직접 투자는 않고 있다.
“기회는 언제든 찾아오지 않겠어요. 회사도 현재 생각을 같이하고 있는 상탭니다. 새 상품 출시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죠. 우선 인프라 확장을 마친 뒤 기회 탐색을 본격화할 생각입니다.”
해외채권이라는 분야는 국내 운용사들만의 경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외사들과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운용전략을 담아 어떤 특성을 가진 해외채권상품을 만들지가 당장의 도전적인 과제라는 설명이다. 기존의 상품을 리마케팅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임 본부장은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현재 채권운용 사이즈는 총 5조원 규모. 이 가운데 기관자금을 담은 일임자금은 1조8000억원 가량 된다.
운용1~3팀과 리서치팀 등 4개 팀으로 나뉘는 채권운용본부에는 현재 임 본부장을 포함해 11명의 팀원을 뒀다. 이르면 이달 안에 외부에서 물색한 시니어급 운용역 1명을 영입한다.
“운용과 전략은 결국 코워크(Co-Work)돼야겠지만 각각은 분명 독립돼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객관적으로 시장을 보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죠.”
남은 하반기 채권운용 전략의 핵심은 ‘가치평가에 집중한 투자’라고 임 본부장은 강조했다.
“방향성 투자의 중요성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장을 100%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모든 방향성 움직임에 대처해 좋은 수익을 내는 일은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은 저평가된 채권 발굴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