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경찰이 집회 주체에 따라 집시법을 편향되게 적용해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국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조항들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14일 유승희 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를 진단한다' 토론회에 참석해 "경찰은 집회의 내용이 친정부적이냐 반정부적이냐는 잣대로 집시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집시법을 통해 집회를 다른 표현의 자유와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다수의 군중이 모여 표현을 하다보면 과격한 행동이 발생할 수 있어, 그런 과격한 행동들이 사회질서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경찰은 집시법 취지와는 상관없이 집회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집회 내용을 보고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를 진단한다' 토론회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사진제공=유승희 의원실)
그는 이와 같은 경찰의 자의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두 집회에서 집시법을 다르게 적용한 사례를 제시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2009년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모두가 미신고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세종로 미대사관 앞에서 피켓으로 경찰을 구타하고, 신나통에 불을 지르려고 하고, 인공기를 찢는 등의 시종일관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단 한 명의 연행자도 없었다고 박 변호사는 밝혔다.
이에 반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한 진보진영은 기자회견 직후 대학생 2명이 연행된 것을 비롯해, 그날 밤에 있었던 문화제에게 노래 한 곡을 부른 후 미신고야간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18명이 연행됐다.
당시 경찰의 이런 편파적인 법집행에 한 기자가 관할서인 종로경찰서 경비계 관계자에게 전화로 경위를 묻자, 그 관계자는 "보수단체의 모임은 집회나 시위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을 환영하는 축제"라고 답변한 바 있다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박 변호사는 "친정부적 집회는 아무리 위험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반정부적 집회는 아무리 평화롭게 진행돼도 집시법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는 것"이라며 " 표현행위의 내용으로 사전에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검열이나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의 집회에 대한 인식이 국제인권기준과 대법원의 판례에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인권기준을 보면 보장되는 집회는 '합법적이고 평화적' 집회가 아니라 '평화적' 집회다. 여기서 '평화적'이라는 것은 성가시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것을 넘어 제3자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행위까지도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인권기준이나 법원의 태도와 달리 검찰과 경찰은 평화적인 집회라도 현행 집시법을 위반한 집회에 대해서는 보장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이는 '집회는 범죄' 혹은 '윗사람이 집회를 싫어한다'는 전근대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죄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남발했던 명예훼손죄에 대해 "친고죄로 개정하고 공익적 이유가 있을 때만 검찰이 개입해야 한다. 진실적시 명예훼손은 폐지하고 법 조항에 사생활의 비밀인 사실을 적시할 경우만 처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서 진실이 중요하다고 해서 의혹제기를 더욱 제약하면 진실추구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BBK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후보자간 '평판 위험(Reputaion Risk)'에 큰 차이가 있는 경우 (의혹을 받는) 후보자는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침묵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주장하며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제의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