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처음 밝혔다.
그동안 독수독과 원칙에 의해 해킹에 의해 얻어진 회원명단을 근거로 한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어 온 가운데 황 장관이 직접 수사 가능 여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의 대외선전 사이트 회원 명단이 해킹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된 것으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자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고발자료들이 있고 또 경찰에서 이미 내사 중이던 부분들이 있다”며 “이런 다른 자료들을 갖고 수사하면 독수독과 원칙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확보돼 있는 자료나 나타나 있는 자료를 토대로 내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 검찰 쪽에서도 내사를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황 장관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독수독과 원칙에 대한 논란은 그가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근무하던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X파일에는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리는 등 검찰을 조직적으로 관리했고 정관계에 수백억원의 돈을 뿌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소위 ‘X파일’의 경우, 언론에 그 내용이 공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불법 도청테이프임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도청자료를 수사단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할 때 실익이 없다”며 별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 “고소·고발사건이 접수되었으므로 검찰로서는 통상의 사건 절차에 따라 수사하되, 수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 하에서 ‘X파일’ 내용 외에 별도의 독립된 수사 단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별 다른 진척 없이 수사가 종결됐다.
검찰이 2005년 12월14일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X파일 유출자인 공모씨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도청테이프 원본 274개 및 녹취보고서 13권을 압수했다. 또 국정원 불법전화감청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 본부를 압수수색해 불법 전화감청과 관련된 증거자료 총 10박스 분량을 압수했다.
그러나 이 같이 방대한 양의 증거를 압수하고도 ‘삼성과 떡값 검사’ 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없었다.
다시 말해 압수수색 등 검찰의 자체 수사 및 도청테이프 외에 기타 자료로 X파일에서 거론된 인사들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증거들을 확보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수사를 종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 수사결과를 두고 여론은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라는 비판과 정의를 밝히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셌다.
황 장관이 이번에 ‘독수독과’ 원칙을 피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2005년 그가 지휘한 '삼성 X파일 사건' 수사와 비교해 볼 때 훨씬 적극적인 태도다. 반면, 8년 전 그의 수사 태도는 상대적으로 더욱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한편, 2008년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독수독과’ 원칙이 도입됐으나 수사 당시인 2005년에는 이 이론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수사결과에서 밝힌 것처럼 당시에는 불법도청을 통해 얻은 단서에 대해 수사착수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비등했다. 그럼에도 그는 ‘수사의지 부족’ 내지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독수독과 원칙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민족끼리’ 회원 수사 가능성을 왜 어나니머스의 명단 공개시기에 맞춰 언급했느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민족끼리’는 2003년 4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활동기간이 올해로 10년이다. 황 장관의 말을 빌면 그동안 경찰과 검찰 및 공안당국은 ‘우리민족끼리’ 및 그 회원들의 동향을 지켜봐왔으며, 내사를 통한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나니머스의 해킹 전에 그간 확보한 수사자료에 따라 진작에 수사를 시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안당국을 향한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황 장관의 태도는 8년 전 스스로 보여 준 수사태도에 비춰 모순이라는 지적과, 10여년동안 묵혀뒀던 ‘우리민족끼리’에 대한 수사를 여론에 떠밀려 시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