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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별장 성접대' 수사, 동영상만 주무르다 결국 '빈손'
초점 맞췄던 김학의 前차관 연루 증거 부족
입력 : 2013-03-27 오전 11:32:1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건설업자의 고위직 관리들을 상대로 한 성접대 로비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지난 열흘 가까운 기간 동안 경찰 수사는 성접대 장면이 찍힌 동영상속 인물파악에만 집중됐다. 이 동영상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권모씨가 넘겼다. 한 중년 남성이 노래를 부르다 젊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2분이 조금 넘는 동영상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컴퓨터 모니터로 플레이시킨 것을 다시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으로 화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전현직 고위인사들의 실명이 소문을 타고 돌았고 김학의 법무부차관이 취임 일주일만에 사퇴했다.
 
 
김 전 차관의 사퇴는 법무부나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청와대의 내각 인선 체계에 본격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경찰청과 청와대간 보고라인이 서로 어긋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전 차관의 사의 파문이 커지자 경찰은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초점은 그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이 김 전 차관이냐 였다.
 
국과수가 지난 25일 보낸 분석결과에 경찰은 당혹했다. 화면 해상도가 낮아 동일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증거능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성접대 사실을 진술한 여성 등 주요 관련자들이 최근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수사방향을 틀어 동영상 원본 찾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거론된 인사들과 윤씨간에 오간 대가성 의혹까지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지켜보는 검찰은 답답한 상황이다. 현재 이 사건의 수사 지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맡고 있다. 수사지휘라고는 하지만 직접 수사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출국금지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하는 정도다.
 
검찰 관계자도 "수사 주체는 경찰이며 검찰은 수사에 일체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 수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일 경찰이 윤씨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윤씨의 조카 및 지인 등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이외는 수사지휘를 한 것이 없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동영상만 주무르다 정작 사건 핵심인 윤 사장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출국금지 상태로 외국으로 도주할 수는 없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윤씨를 한 차례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윤씨의 경우 마음만 먹는다면 대가성 등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자료를 파기하거나 은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관련자들의 실명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정보지 등 명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에는 김 전 차관을 비롯해 전직 경찰 고위관계자 4명과 국회의원 1명, 검찰 고위관계자 1명, 전 감사원 고위간부 1명, 대형 병원장 1명, 기업가 1명, 금감원 고위간부 1명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또 윤씨의 내력과 권씨와의 관계, 권씨가 경찰에 동영상 파일을 넘긴 배경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세세히 적혀있다.
 
고위 검찰관계자는 이같은 미확인 사실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해당자나 그 가족들에 대한 피해는 물론이고 유포 당사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사건 연루 의혹으로 사임한 김 전 차관은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와 함께 실명을 거론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1일 저녁 사의를 표명하면서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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