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주에 호주(5일)를 시작으로 캐나다(6일)와 일본(6~7일)의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영국과 유럽중앙은행(ECB)도 7일 한국시간 기준으로 저녁에 회의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화정책 방향의 신호가 될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레그 앤더슨 씨티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중앙은행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예상과 달리 중립적인 기조가 언급되면 그 국가의 통화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OJ 기준금리 동결..양적완화 카드는 차기 총재에게로
이날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인 0~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기금 역시 76조엔으로 유지키로 한 것이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도 부합하는 결과다.

하지만 "그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이 완만하게 성장하고 산업생산도 나아지고 있다"며 일본 경제에 대한 평가는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강력한 양적완화 의지를 나타낸 구로다 하루히코 BOJ 차기 총재가 취임할 때까지 완화조치를 미루게 됐다.
이와 같은 BOJ 결정이 발표된 후 오후 1시30분 엔/달러 환율은 93.80대에서 거래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닛케이225 지수 역시 전일보다 불과 58.08엔(0.49%) 오른 1만1990.35선에서 거래됐다.
19일 조기 사퇴하는 시라카와 총재의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BOJ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우에노 츠요시 NLI 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 결과는 예상했던 바이다"며 "새로운 총재가 주재하는 4월의 회의 결과가 일본 통화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시라이 사유리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이 내년부터 실행하기로 했던 무제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즉각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8명의 정책위원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니시오카 준코 RB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는 별로 놀랍지 않다'며 "하지만 시라이의 무제한채권매입 관련 제안은 다음 회의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완화책 성공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이번에는 시라이의 제안이 무산됐지만 다음 회의에서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 물가상승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자는 미야오 류조 정책위원의 주장은 8명의 정책위원들이 찬성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 지표 악화..ECB, 금리인하 나설까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이탈리아 총선 문제와 유로존 경기 악화로 완화정책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전일 발표된 유로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로 집계돼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로존 성장엔진인 독일의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해 두드러진 둔화세를 보였다.
이 밖에 지난주 발표된 유로존 1월 실업률 역시 1995년 이후 사상 최고치인 11.9%를 기록함에 따라 ECB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은 "실업자들이 소비를 줄여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고 있고 은행들의 대출과 투자도 부진하다"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나 경기 부양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당장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리 디론 언스트앤드영 애널리스트는 "ECB가 현재의 정책기조를 바꿀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탈리아 총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고 최근 유로가치가 낮아져 금리 인하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우리는 튼튼하지 못한 예산을 고칠 수 없으며, 고전하고 있는 은행권의 문제를 정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CB가 7개월 연속 초저금리 지속과 새로운 국채매입 프로그램(OMT) 등을 통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다 했다는 입장이다.
카스틴 브르제스키 ING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현행 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최근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ECB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보다는 무기력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ECB회의에서 금리결정보다는 정책 기조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외환딜러는 "ECB의 기준금리는 0.75%로 인하 여력이 있지만 금리 결정은 최후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며 "이탈리아 정치 불안 진정과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BOE, 추가 경기부양 카드 꺼낼 듯
영국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역시 주목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예산안에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사용할지 명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재무부의 BOE에 대한 통화 완화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레인 뉴먼 ING그룹 외환 트레이더는 "영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위축세로 돌아섰다"며 "이번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발표될 확률이 50%이다"고 진단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BOE는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 재가동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사운더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대다수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에 보다 자극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채권 매입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7월에 마크 카니 차기 BOE 총재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금리기조를 유지하고 5월 이후에나 추가부양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