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쫄지마(Don' be afraid)." "사람은 미래이고 자유야(People, you're the future. People are free)."
패티 스미스의 음악은 메시지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영혼을 움직인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힘을 느끼게 됨은 물론, 그 힘의 치유작용에 절로 반응하게 된다.
여성 로커의 전설, 펑크의 대모라고 불리는 패티 스미스의 첫 단독 내한공연이 지난 2일 유니클로 악스에서 열렸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회색 진과 워커, 헐렁한 검정재킷 차림에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패티 스미스는 1946년생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사했다.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기타리스트 레니 케이를 중심으로 한 밴드와의 호흡과 조화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처음에는 잔잔한 듯 하다가 어느 순간 회오리 같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게 패티 스미스의 음악의 매력이다. 반복을 거쳐 점차 파워풀해지는 음악 위에 시적인 가사가 얹히면서 파괴력은 배가 된다.
특히 지난 2009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참가한 패티 스미스는 이미 한국 관객에게 자신의 진가를 이미 알렸다.
수많은 록페스티벌 마니아들은 2009년 지산밸리록페의 '백미'로 패티 스미스 공연을 꼽는다. 한낮에 잔디밭에 누워 있다 음악의 힘에 이끌려 무심결에 일어나 '지구 평화'를 외친 감동의 순간은 수년이 흘러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 됐고 패티 스미스의 단독 내한 공연을 유치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이번 공연에는 패티 스미스의 히트곡 외에 지난해 6월 발표한 정규앨범 11집 '뱅가(BANGA)'의 곡도 다수 포함됐다. 지산밸리록페의 감동을 재현하듯 '레돈도 비치'로 콘서트의 문을 연 패티 스미스는 특히 에이미 와인 하우스를 추모하며 쓴 곡 '디스 이즈 더 걸'에서 엄청난 집중도와 몰입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내 '후지산'이라는 곡에서 전매특허의 폭발력을 과시했다. "화산 꼭대기에 서 있는데, 특정한 언어가 아닌 수없이 많은 여러 단어들이 떨어진다고 상상해보라"
이 멘트와 함께 패티 스미스와 밴드는 멜로디의 반복을 통해 엄청난 스케일을 키워가는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드럼은 점점 빨라지는 심장박동수를 연상시키며 공연장 구석구석을 채웠다. 마치 영적인 빠져든 느낌이다.
이 밖에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패티의 퍼포먼스도 볼거리였다. '고스트 댄스'에서 기타와 함께 엉거주춤한 포즈로 묘한 춤 배틀을 펼치는가 하면, '비니스 더 사우던 크로스'에서는 무대에서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관객들에게 기타 피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마침내 기타리스트 레니 케이의 메들리 공연 중에는 무대 아래로 내려와 어슬렁거리며 관객들을 몰고 다니며 춤을 추는 장면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이어 히트곡 '비코즈 더 나잇'으로 공연장의 열기를 더한 후 '피서블 킹덤'에서는 환경오염, 재난, 전쟁에 고통 받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언급한 뒤 "더 이상 폭탄은 안돼(No more fxxxing bomb)" "어린이들이 자유로워지길 원해(We want children free)" 등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앵콜 곡 '뱅가'에서도 "쫄지마(Don't be afraid)", "사람은 미래이고 자유야(People, you're the future. People are free)" 같은 말들을 외치며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좋은 공연, 좋은 음악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회복시킨다'는 말이 실감나는 공연이었다.
예매율이 낮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날 공연장에는 스탠딩 석은 3분의 2가량, 2층 좌석은 거의 다 채워지면서 600여 명의 인원이 모였다. 그러나 영감 넘치는 패티 스미스의 무대인 점을 감안하면 공연장의 빈 구석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타는 우리의 무기'라는 그의 말처럼 예술의 사회적 힘을, 한 자리에 모여 실감하는 콘서트 문화가 국내에서도 더욱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