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시중은행의 지점장급 간부가 은행의 인사 조치에 비관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은행권 '업무추진역' 제도가 지점장의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5일 서울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14일 모 은행 지점장이던 L씨가 본부영업그룹 업무추진역으로 대기 발령 받은 사실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L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북권 모 지점에서 강원도 철원으로 발령받고 지난 10일 의정부로 발령이 나는 등 2번이나 연속 발령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이 L씨에게 내린 인사조치는 '업무추진역' 발령이다. '업무추진역' 제도는 실적이 좋지 않은 지점장을 대상으로 지점장 자리에서 후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제도다.
후선으로 물러난 지점장은 연봉이 20% 가량 줄어들며, 지역본부 소속으로 1인 영업을 해야 한다. 신용카드, 대출, 예금 등 업무의 마케팅을 맡게 되는데 6개월간 개인별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현직에 복귀하지 못한다.
이 은행에서는 최근 2년간 실적이 하위 10%에 있는 지점장들에 대해 업무추진역으로 보직 변경 발령을 하고 있으며, 지난 10일에도 L씨처럼 업무추진역으로 발령 난 지점장은 모두 83명이다.
해당 은행에서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하면서 "고인에게 직원평가기준 외에 직원 관리소홀, 횡령 등 징계사항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은 업무추진역 제도를 은행의 과도한 성과주의와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아직 자살의 원인이 불분명 할 뿐더러 업무추진역은 직원 업무 평가의 일부분이라는 것.
또 은행은 조직 내 '역피라미드' 형태 인력구조 때문에 지점장급 경쟁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은행원 중 행원급인 사원·대리는 3만8391명이고, 과장이상 간부급은 5만8648명으로 전체 일반직원 중 간부가 무려 60%에 달했다.
해당 은행의 인사담당자는 "지점에 40대 중후반과 50대 초반의 인력이 많아 인사 적체가 심하다"며 "업무추진역 등 직원 평가마저 없으면 인사적체로 노사간 직원간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직원평가제도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