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증권사들이 향후 자본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점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증권·은행 간 규제 형평성 문제가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시행 중인 NCR 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윤규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 부국장이 지난 1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중소형 증권사를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현재 증권사의 NCR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NCR 규제를 풀어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리스크 관리 임원은 “글로벌 금융규제인 바젤Ⅲ 수정안으로 유동성 규제 시기가 연장되는 등 국내 은행의 규제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업계도 글로벌 금융시장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다만 현재 국내 소비자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제한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스크 담당 임원은 “증권업계에도 과감한 차별 정책을 둬야 할 때다. 감독당국 입장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겠지만 증권업계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해줘야 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NCR은 자기자본에서 부동산 등을 뺀 영업용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정도로 보면 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건전성 규제 기준은 최소 150%지만 실제 업무 영위를 위한 NCR 요건은 250~400% 정도로 높다.
특히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증권사 60% 이상의 NCR 평균은 5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BIS 비율 환산 시 4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처럼 높은 NCR비율을 유지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윤규 금감원 부국장은 “증권사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과도한 측면도 있었고 기대수준을 하향 조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며 다만 은행권에 비해 규제가 과도했는지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했다.
현재 시행되는 NCR 규제를 ‘비율 기준’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윤규 금감원 부국장은 “투자여력이 표시될 수 있도록 금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이와 관련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도 “증권사의 NCR이 500% 정도나 되는 건 활용하지 않는 유휴자금(Idle money)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외부 문제를 모두 고려해 전향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는 전환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을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NCR 수위 완화에 대한 대형 증권사의 시각은 곱지 않다. 증권사 재무건전성에 대한 여론의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NCR 규제 완화는 오히려 중소형 증권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리스크 관리 임원은 “현행 NCR 제도가 물론 엄격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재무건전성 확보차원”이라며 “재무건전성을 높일 노력에 앞서 규제를 완화하는 게 정답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의 성장을 위한 세미나에서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은 NCR 규제 완화 내용 외에도 분사(스핀오프) 허용, 장외파생상품 인가 요건 완화, 코넥스(KONEX) 지정자문인 우선 선정 등의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