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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부자이고 아름다워야 행복한 우리
연극 <못 생긴 남자>
입력 : 2013-01-05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얼핏 보면 성형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자세히 보다보면 감각의 쾌락에 빠진 현대인에 대한 비판으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결국은 이런 저런 소스들이 모두 합쳐져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수렴된다.
 
연극 <못생긴 남자>는 독일 현대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가 쓴 블랙코미디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재치 있는 대사와 설정으로 속속들이 파헤친다.
 
못생긴 남자가 있다. '고전압 연결 플러그' 기술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능력이 있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조수에게로 간다. 매출 증대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에 나설 수 없을 만큼 남자가 너무 못 생겼기 때문이다. 억울한 남자는 성형을 하기 위해 수술대 위에 오른다. 의사도 난감해하는 얼굴 견적이지만 결과는 의외로 대성공이다.
 
외모가 달라지니 돈과 명예가 따라온다. 스스로 못생긴지도 몰랐던 남자는 이제 외모에 집착하게 되나 이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자신의 외모와 비슷한 사람이 자꾸 나타난다.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마저 독심을 품고 차기 기술 개발에 나서는 한편 똑같은 외모로 성형수술을 하는 바람에 남자는 마침내 대체가능한 사람이 된다.
 
인물설정, 시공간, 소리, 빛, 그림자 등을 통해 연극은 전체적으로 기묘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동성애, 섹스 코드를 코미디로 버무린 대화가 오고가지만 관객은 마냥 웃고 있을 수 없다.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공연 중 한승구, 이동근, 차진혁, 황인영이 무대에 오른 날 연극을 관람했다. 4명의 배우들은 모두 2개 이상의 배역을 맡는데 한 장면 안에서도 수시로 역할이 변경된다. 중소기업 사장(한승구), 못생긴 남자이자 중소기업의 기술부장인 레떼(차진혁), 레떼의 조수 칼만(이동근), 레떼의 부인(황인영) 등이 기본 배역이고 여기에 각각 성형외과 의사, 레떼의 분열된 자아, 글로벌 대기업 회장 아들, 글로벌 대기업 회장 및 간호사 역이 추가로 배정된다. 
 
시공간 역시 변화무쌍하다. 기다란 철제 테이블만 놓여있는 무대는 배우의 연기에 힘입어 회사 로비, 수술실, 프리젠테이션 장소, 대기업 회장실로 바뀐다.
 
소리와 빛을 적극 활용해 극적인 효과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드릴, 석션, 전동칼 소리가 형광등 불빛 아래 차갑게 스미면 수술실로 변했다가 따뜻한 조명이 비치면 다시 집안으로 극중 배경이 되는 식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벽면의 그림자로 주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주인공 레떼가 정체성의 혼란을 극심하게 겪을 무렵 무대 사방 벽면에는 자기 그림자가 여러 개로 나뉘어 어른거린다.
 
<못생긴 남자>는 전반적으로 쉬운 연극이다. 주제도 명확하고, 재치도 있다. 하지만 연극은 다소 설명적이고 단선적인 느낌이 든다. 조명, 소리 등의 장치를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레떼 부인 역을 맡은 황인영의 유연하지 못한 대사처리도 아쉽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런 문제를 너 혼자만 갖고 있는 것처럼.' '우린 행복할거야. 부자이고 아름다우니까.' 같은 대사 자체의 아이러니함이 무대에 강렬하게 꽂히지 않았다. 코미디 연극의 강점인 말의 힘, 말의 리듬이 약해 다소 아쉽다.
 
작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 연출 윤광진, 출연 한승구, 이기봉, 이동근, 김무형, 차진혁, 정윤민, 황인영, 한채경,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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