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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전 "금융 패러다임 전환..새 길 깔아야"
KDB산은자산, 12일 아시아베스트펀드 2종 출시
입력 : 2012-11-07 오전 9:47:38
[뉴스토마토 차현정 홍은성기자] “세계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바뀐 정도가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정도다. 기존 금융서비스의 리모델링만으로는 부족하고 새 길을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기도 하다.”
 
25년 뉴욕 월 스트리트 경력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전(David Chon) KDB자산운용 운용부문 대표(사진)는 지난 5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톨게이트(tollgate)’ 개념의 금융서비스 방식은 먹히지 않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세계적 대형 투자은행(IB)인 UBS 해고 사태를 보면 이미 다가온 패러다임 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1만명 해고는 상식적인 수준이 아니다. 생각해 봐라. 세계 리딩 IB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투자전략을 나누는 회사가 자사 12개월 앞도 못 보는 거다.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방안을 모색하는 게 시급하다.”
 
한국 자본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했다. 일단 금융자산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위기 韓 도운 월가의 교포 1.5세대
 
데이비드 전 대표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있던 한국에 해법을 제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은 답이 없었다. 은행 시스템부터 손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당국에는 일단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 은행 부실부터 털어낼 것을 제언했다. 하지만 한국은 당장 달러를 빌릴 수 있는 능력이 끊긴 상태였다. 그래서 정부 채권을 발행토록 했다. 당시 발행된 국고채 5년물, 10년물은 내 전략에서 비롯됐다. 다행인 것은 내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상황과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점도 그렇다.”
 
전 대표의 25년 월가 경력 가운데 절반은 투자 전략가다. 미국 베어스턴스에서 8년간 수석 투자전략가로 근무한 이력을 포함해서다.
 
“굉장히 아이러닉하다. 어쩌다보니 IMF 사이클을 경험한, 월가에 존재하는 한국인 전문가는 나뿐이었다. 남미 사이클을 꿰고 있던 게 도움이 됐다. 남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재정과 금융위기를 동시에 겪는 상황이었다.”
 
남미 전문가가 된 건 그의 선택은 아니었다. 1990년 월가는 남미에 주목하던 시기였다. 베어스턴스는 남미 투자 전략을 꾸릴 최고의 인력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눈에 띈 게 바로 전 대표다.
 
◇“이유는 하나, 리턴을 만들기 위함이다”
 
“모든 자산운용사의 궁극의 목적은 퍼포먼스(수익률)에서 시작해 퍼포먼스로 끝난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퍼포먼스냐 규모냐 고르라고 한다면 100% 퍼포먼스를 택한다.”
 
물론 수익을 내기위한 전 대표만의 선결조건은 있다.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평가하는 지난 7월 KDB산은자산운용의 조직은 그런 면에 있어 부족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나, 운용역, 리서치 모두가 함께여야 집중할 수 있다. 통상 조직개편은 상품위주였는데 그걸 깨고 역할위주로 갔다. 가장 먼저 칸막이를 없애 개방형 조직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시장이 돌아가는 시간, 보통 시장 이슈를 옆 사람과의 담화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칸막이를 없애면서 모든 이슈를 팀 전체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준비된 상태에서 시장을 보는 일상은 25년째 지켜온 그의 의지. 지금도 6시 반이면 출근한다는 그는 출근 전 뉴욕 장은 머릿속에 담고 나온다고 한다. 시장이 열리는 9시 전까진 모든 걸 정리하는 시간이다.
 
“다른 사람들은 쉬울 수 있겠지만 나에겐 여전히 어려운 과정이다. 주식시장은 통상적인 논리에 벗어나는 결과를 내는 시장이다. 준비돼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자산운용이라는 건 매일 성적표가 나오게 마련이다. 감성이 판단력을 흐릴 수 있는데 이로 인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정화작업도 필요하다.”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편견을 뺀 시장분석은 필수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편견이 쌓이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늘 논리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날 시장 상황을 늘 노트에 담아 둔다. 또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다. ‘내일은 이걸 조심해’라고 말이다.”
 
◇KDB아시아베스트펀드 2종 오는 12일 출시
 
“사실 난 아웃퍼폼(시장 상회 수익률) 수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얼마 벌고 까먹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 달 된 상품을 두고 실적을 논하긴 이르다.”
 
지난 9월19일 선보인 이른바 ‘데이비드 전 펀드’로 불리는 ‘KDB코리아베스트펀드’와 ‘KDB코리아베스트 하이브리드펀드’ 등 2종 펀드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지원하는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남다른 관심이 집중됐다.
 
성과도 이어졌다. 5일 기준 코리아베스트펀드의 경우 코스피 지수 대비 3.18%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리아베스트 하이브리드펀드는 3.88% 정도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 1개월 수익률은 각각 상위 8%, 5%안에 든다.
 
“새 상품에 대한 모의투자는 적어도 두 달 가량 소요된다. 코리아베스트펀드 등에 대한 모의투자는 8월 초부터 진행했다. 한 포지션이 맥심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게 5%였다. 분명 ‘아니다’ 생각한 이들도 있었을 거다. 우려와 함께 시작했다. 그런데 수익률이 쫙쫙 났다. 직원들이 “아, 이상하지만 뭔가 된다”라고 했다.”
 
오는 12일에는 아시아 대형주에 투자하는 ‘KDB아시아베스트펀드’와 ‘KDB아시아베스트하이브리드펀드’ 등 2종을 출시한다.
 
“이 상품에는 주식 익스포져(위험노출)만 있는 게 아니라 환율 헤징도 담았다. 아시아에 등장하는 최초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아시아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귀띔하자면 수차례 모의투자 결과 성과가 좋았다. KDB자산운용의 대표펀드로 현재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 ‘데이비드 전 표’ 헤지펀드다.
 
“내년 중순 역외펀드로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계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것으로 카이만제도에서 설립할 계획이다. 다만 자산운용사 대표 상품이 헤지펀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집중적으로 제도화된 상품을 꺼낼 계획이다.”
 
국내 자금만으로 헤지펀드를 키우기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그는 한국의 헤지펀드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새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장기적 개념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쪽에선 헤지펀드를 독려하면서도 반대편에선 규제한다. 하지만 금융시장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면 설 수 있는 공간부터 내주고 뚜렷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헤지펀드 성장 과정에서 손실을 보는 건 불가피한데 발목 잡는 규제가 공존한다면 발전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시장 사이클을 경험하다보면 투자 노하우가 축적돼 숙련된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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