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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기업범죄 '무관용 원칙'..회장님들 '전전긍긍'
이호진 회장 母子·김승연 회장 법정구속 이어 구본상 부회장 구속
입력 : 2012-10-31 오후 4:48:1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회장님들 요즘 검찰과 법원 소식에 무척 예민합니다. 서로 만나면 주로 그 얘기에요,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보고 0순위입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기업 회장 등 총수들은 마음이 무겁다. 최근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동료 기업인들이 속절없이 검찰에 사전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고 법정구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총수들의 근황을 전한 기업홍보실 관계자들이 요즘 기자들을 만나 처음 묻는 것이 "검찰이 00일가를 정말 다 구속할 것 같으냐", "000는 징역선고가 나오고 법정구속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다. 예전 "집행유예 나오지 않겠느냐", "보석은 언제 될 것 같으냐"와 같은 여유있는 질문을 던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검찰 수사 선상 오르면 형제들 한꺼번에 소환 
 
최근에는 검찰 수사단계에서부터 형제면 형제, 부자면 부자 등 관계를 가리지 않고 수사 선상에 오르는대로 거침없이 한꺼번에 소환하고 있어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최근 CP(기업어음) 사기발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LIG그룹 경영진 일가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검찰은 지난 18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을 동시에 불러들여 조사를 했다. 이어 하루 뒤인 19일에는 아버지 구자원 LG그룹회장을 소환해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이 형제를 동시에 조사한 뒤 곧이어 아버지를 불러 조사한 예는 흔치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 25일 이들 부자 가운데 먼저 구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31일 영장을 발부했다. 구 회장과 구 부사장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기업 형사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는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종전까지는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간 공범인 기업사건의 경우 전부 구속하는 것을 피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한명은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전부 구속할 경우 이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방어권이나 형사절차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영진이 모두 구속될 경우엔 기업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런 관행을 지탱하는 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무관용 원칙' 검찰 수사단계부터 적용 
 
그는 그러나 "이제는 이런 관행이 깨지고 '무관용 원칙'이 검찰 수사단계부터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원의 기업 형사사건에 대한 판단은 더욱 엄해졌다.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 3월 '태광그룹 사건' 부터다. 재판부는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80대 고령인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전무(84)에게 동시에 징역형을 선고하고 이 전무를 법정구속했다. 
 
당시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예로 받아들였다. 어머니와 아들에게 동시에 징역형을 선고하고 고령에 지병이 있는 피고인을 법정구속하는 예는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징역 4년6월을, 이 전무는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 지난 8월에는 역시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승연 회장이 징역 4년에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전까지 기업사건, 특히 대기업 총수의 횡령·배임사건에서 자주 목격됐던 소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의 법칙이 잇따라 깨진 것이다.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법칙 잇따라 깨져
 
당시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서경환)는 "과거 기업 총수 재판처럼 경영 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해 엄격해진 양형기준 적용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종전까지만 해도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기업총수들에 대한 양형이유로 판결문에서 자주 거론되던 감경 요소였다.
 
때문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대부분의 기업총수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외부 봉사활동과 투자활동 '전시용' 경제활동에 더 열을 올린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검찰에서 수사를 받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김승연 한화 회장 등 기업 총수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LIG의 경우 '경제발전 기여 공로'와는 거리가 있지만 또 다른 감경사유인 '피해액 보전'에 공개적으로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구 회장은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인 26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합정동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LIG건설 기업어음(CP)발행 피해자들에게 연말까지 '사재출연'을 포함한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기업총수들의 범죄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법관들 "기업총수 집유 사법불신으로 이어져"
 
올 1월31일 부산에서 열린 '2012년 전국 형사법관 포럼'에서는 "소위 '10대 재벌그룹' 회장들에 대한 사건에서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엄격한 양형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 대다수 법관들이 뜻을 함께 했다. 
 
대법원 양형위 관계자도 "강화된 양형기준이 검찰의 구속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법부의 기업범죄에 대한 태도가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 기업총수 등의 범죄의 경우 피해액수가 많고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형량이 낮고 집행유예가 많다는 비판을 법원이 받아왔다"며 "일선 재판부에서 이같은 비판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1심 내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 총수 또는 총수 일가에 대한 사건은 ▲SK최태원 회장 형제 횡령배임 사건과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횡령배임 사건 한화 김승연 회장 횡령배임 사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모자의 횡령배임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SK 회장 형제 사건은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순쯤 1심 선고가 날 전망이다.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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