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칼을 뽑아들었다. 연내 외식사업 분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118개 서비스 업종 중 고르고 고른 결과였다. 발표 시기는 12월로 정해졌다.(▶참조 뉴스토마토 18일자
'동반위, 외식업도 중소적합업종 지정키로')
동반위 고위 관계자는 이런 방침을 전하면서 “롯데와 CJ 등 대기업들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하게 골목상권을 유린하고 있는 유통 공룡들의 시장 잠식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 포함됐기에 가능한 우려였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내보였다. 강제성이 없는데다 현 동반위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각이었다. ‘날’이 안 선 ‘칼’에 쉽사리 이해를 포기할 기업은 없었다. 게다가 현 정부가 임기 끝자락에 접어든 점도 ‘무시’로 일관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이는 동반위가 자초한 필연적 결과였다. 지난 3월 정운찬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동반성장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곧이어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다.
신임 유장희 위원장은 정 전 위원장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청와대와 마찰 없이 순응하며 위원회를 이끌었다. 자연스레 동반성장 주도권은 지식경제부로 넘어갔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성과공유제를 동반성장의 모델로 제시하며 전도사로 나섰다. 재계와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동시에 동반위의 상징이었던 이익공유제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이념 전선을 꾸리며까지 반발했던 재계와 보수언론은 웃었다. 정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위상은 청와대 이상”이라며 “결국 나 혼자 동분서주했던 셈”이라고 자조했다.
현 동반위에 대한 지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외식사업 지정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었다. 거대자본이 본연의 경쟁력 강화는 도외시한 채 돈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시장을 파고들면서 중소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런데도 유장희호 동반위는 관련 공청회와 실태 조사를 반복하며 시간 끌기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영역 침탈은 무방비로 손을 놓은 채 방치됐다. 당연히 정책 추진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수밖에 없었다. 불만이 들끓었고 관련 민원이 줄을 이었다.
당시 실태조사에 직접 참여한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태조사는 어느 정도 완료된 수준”이라며 “당장 다음주라도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생계형 서비스 업종에 대한 적합업종 선정은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강검토 필요’를 주장하며 공허한 대답만 내놓은 동반위가 뒤늦게 칼을 뽑아들었다지만 이미 시장은 유린된 지 오래다. 여야가, 유력 대선후보 진영이 저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외쳐대자 이에 편승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달았다. 청와대 눈치만 살피다 차기 정부로 그 대상을 돌린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기준의 모호함과 '강제성 부재', 여기에다 권력의 눈치만을 살피고 추종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름만 거창한 간판으로 남게 된 게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이와 함께 언론에 대한 지나친 피해의식도 스스로 만든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