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일로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추세 전환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FBSI:Business Survey Index on corporate Finance)를 발표했다. 전국 500개사 대·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상의에 따르면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는 86으로 나타났다. 3분기 89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자료=대한상의
문제는 일시적 하락이 아닌 추세의 연속성이다. 흐름 또한 완만한 하락이 아닌 급락 성격이 짙어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지난 2010년 4분기 105였던 기업자금사정지수는 2011년 1분기 100, 2분기 102, 3분기 97, 4분기 92로 하락 추세로 방향을 잡았다. 올해 들어선 1분기 79로 최저점을 찍은 데 이어 2분기 92로 일시적 반등을 했지만 3분기 89, 4분기 86으로 또 다시 지표가 바닥을 향했다.
기업자금사정지수는 기업들의 자금 흐름을 수치화한 지표로, 100을 기준점으로 0부터 200까지 계량화된다. 기준인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해당 분기 자금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자금사정 악화 이유로는 조사대상의 69.1%가 ‘매출 감소’를 꼽아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나타냈다. 이어 ‘수익성 감소’(23.7%), ‘제조원가 상승’(6.4%), ‘대출 축소’(0.8%) 등이 뒤를 이었다.
상의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국내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소비 감소로 내수 역시 부진하다”며 “단기간에 기업들의 자금난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제조업에 비해 비제조업의 어려움이 한층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규모별로 대기업은 기준점인 100을 기록한 데 반해 중소기업은 평균을 하회하는 83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대기업은 3포인트, 중소기업은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자료=대한상의
업태별로는 제조업은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90을 나타냈지만 비제조업은 무려 8포인트 하락한 82로 집계됐다. 유통·서비스업 등이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 상황에 대한 4분기 전망치는 93으로 전 분기(94)와 엇비슷했다.
항목별로는 제2금융권(97)은 3포인트, 회사채(97)와 기업(97)은 각각 2포인트, 주식(96)은 1포인트 상승한 반면 은행(93)은 2포인트 하락하며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기업들이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자료=대한상의
자금수요 상황은 100으로 나타났고, 구체적으로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부채상환자금 모두 기준점인 100으로 집계됐다. 재무상황은 88로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이중 수익성(88)과 현금성자산(98) 항목 모두 각각 3포인트, 2포인트 떨어졌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관련한 애로사항으로는 ‘매출채권 회수 부진’(38.9%)과 ‘금리 부담’(33.5%)이 가장 높게 지적된 가운데 ‘까다로운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22.8%), ‘외환 변동성 확대’(4.5%) 등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꼽혔다.
전수봉 상의 조사1본부장은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고 정부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총액대출한도 확대, 각종 기업자금 지원 등 정부의 정책 지원과 함께 기업 스스로도 구조조정과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5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중 대기업은 75개사, 중소기업은 425개사였으며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56개사, 비제조업이 244개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