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일본에서 귀국한다.
이 회장이 최근 잇단 해외출장을 끝내고 복귀하면서 어떤 구상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잦은 일본 방문의 배경을 놓고도 갖은 분석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일본을 벌써 네 차례나 찾았다. 출장 목적지를 들른 뒤에는 어김없이 일본을 찾았다. 체류 기간도 평균 2주 이상이 소요됐다. 삼성그룹은 구체적 일정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부인하진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일본은 삼성에게 있어 타산지석의 모델"이라며 "재계 등 지인들을 만나 여러 얘기들을 나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소니, 파나소닉 등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전자업계의 몰락에 대해 원인을 찾고, 삼성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이는 내년 경영계획 수립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특히 무선사업부(IM)에 집중된 편중성은 사상최대 실적 수립의 직접적 배경인 동시에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지적된다. 삼성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주력사업 다각화와도 배치된다. 포트폴리오 근간이 취약해지면서 모바일 하나에 웃고 울 수 있는 구조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타 계열사의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자칫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실제 구성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삼성을 먹여 살린다는데 잘 나가지 못하는 우리야 뭐…"라는 한숨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초격차 1등주의 삼성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이 이를 방치할 리 없다는 점에서 조직 전체를 다시 한 번 채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연말 정기인사와 내년 경영계획 수립 등을 앞두고 이 회장 특유의 위기경영이 재연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이 긴축경영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는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이는 타 계열사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이 회장은 적기를 놓치지 않는 빠른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현 경제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주저앉은 이유로 의사결정의 지체가 꼽히는 상황이어서 이 회장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재계 한쪽에서는 이 회장의 잦은 일본 방문을 두고 삼성의 '트라우마'인 자동차 사업과 연결한 해석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삼성은 그간 "바퀴 달린 것은 하지 않는다"며 누누이 공언해왔고, 현재 이런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르노·닛산,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최근 회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논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정난에 처한 르노·닛산 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 보유 지분(80.1%)을 자회사인 닛산에 넘겨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르노삼성차 지분 19.9%를 가지고 있는 삼성카드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양측 최고 수뇌부가 비밀리에 회동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원주인인 삼성이 이 기회에 르노삼성차를 되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국내기업으로 출발한 르노삼성차를 경쟁국인 일본에 넘기기엔 국민 정서상 안 맞는 측면이 있다. 기아차와 쌍용차가 매각 대상에 따라 크게 희비가 엇갈린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원주인인 삼성그룹이 르노삼성차를 되찾아 국내 산업으로 키운다면 여론의 반대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라인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고용창출 등 부수효과가 우리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특히 이재용 사장이 최근 자동차용 전자부품인 전장사업에 몰두하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제시된다.
특히 이 회장이 일본 체류 기간 도요타, 닛산 등 완성차 업계를 포함해 다방면의 지인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배경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런 관측에 대해 "이 회장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 등 재계 곳곳에 오랜 지인들이 있는 만큼 누구든 만날 수는 있다"면서도 "완성차를 다시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