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케이블방송업계의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표류 중이다.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 Multi Program Provider)에 대한 매출 규제 완화는 유료방송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업계 이해관계 때문에 정부 방침이 발목잡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개정을 공언한 방송법 시행령은 3개다.
1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Multi System Operator)가 전체 SO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서 '전체 SO 가입자'를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로 바꾸는 게 하나다.
단일 MPP가 PP 매출 총액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 가운데 상한선 '33%'를 단계적으로 '49%'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또 다른 하나다.
여기에 SO가 중소PP를 의무적으로 20% 할당하도록 한 '의무편성' 조항을 추가했다.
방통위는 7월 말 국회 업무보고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포함시켜 이 같은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개정안은 9월 초 현 시점까지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회 요청에 따라 의원들에게 개정안을 설명하는 중"이라며 "그 단계가 끝나야 전체회의 상정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경선, 국감,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권 일정을 감안해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는 게 불투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회가 제동을 건 이유는 MPP 매출 규제 완화와 MSO 소유 규제 완화가 CJ 특혜로 이어진다는 의혹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350만 명 규모로 SO업계 2위이고, CJ E&M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지상파 계열PP를 제외할 경우 PP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MPP 매출 규제 완화의 경우 CJ E&M의 점유율이 25~3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맞춤형 개정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와 대안언론에서 이미 제기해온 것으로, 방통위가 7월초 개정 방침을 재차 공언하면서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른바 미디어법 제·개정 전후로 방송산업에 대해선 줄곧 '규제 완화' 입장에 서 있던 새누리당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거느린 거대신문사가 누구보다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가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방침에 제동을 건 것도 7월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MPP 매출 규제 완화가 규제 정상화인지 특정기업만 일방적 혜택을 누리는 내용인지 따져볼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방통위가 7월 초 공개한 2011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CJ E&M의 매출은 점유율 26.2%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전체 매출 총액에 종편 매출이 포함되는 '변수'를 감안해도 CJ E&M의 매출 비중이 전체 30%에 육박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CJ E&M의 2011년 매출은 전년 대비 68.6%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지난한 논의에 비춰볼 때 최근 제기된 비판은 업계 논리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언론보도로 드러난 게 단적 사례다.
국회를 추동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은 CJ와 오너간 지분싸움 중이고, 종편의 경우 CJ 계열 PP와 광고시장이 겹치기 때문에 이 같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CJ 관계자는 "삼성의 반도체시장 점유율이나 SK의 통신시장 점유율이 50%를 웃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PP업계의 33% 상한선을 단계적으로 푼다는 방침에 '재벌 특혜' 운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종편 등이 가장 우려하는 '중소PP의 고사 위기'와 관련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중소PP 쪽에서 의무 편성 비율 20%를 보장하라는 제안을 해왔고 방통위가 이를 개정안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MPP 시장의 경우 2위 사업자인 티캐스트가 CJ E&M과 4배 이상 매출 격차가 날 만큼 과점 현상이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지만 업계는 'MPP업체가 그동안 과감히 투자하지 않은 데 대한 결과'라는 쓴소리도 내고 있다.
최근엔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IPTV 사업자에 대한 권역별 가입자 3분의 1 제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의가 한층 복잡해졌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KT의 '맥거핀'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IPTV법 개정은 당장의 실현 가능성이 없지만 논란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일단 관심을 돌려놓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는 추측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일단 국회의 벽에 가로막힌 형국"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놓고 이렇게 오래 국회에 머문 적은 지난 4년간 없던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