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중소방송사에 대한 광고 결합판매 지원 고시안을 발표하는 등 미디어렙법 제정에 따른 후속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8일 지상파·종교·지역민방 등 각 방송사 관계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고시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해당 고시안은 7월 안으로 행정예고, 규제심사를 거쳐 다음 달 중 위원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은 OBS의 반발이 거세고, 향후 MBC의 렙 지정 변경을 가능케 한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어서 방송광고시장은 한 차례 더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비운의 OBS..정책혜택 또 못 받나
현재 미디어렙법 제정에 따른 후폭풍은 고스란히 OBS가 맞는 모양새가 됐다.
단일 공영렙 코바코(현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SBS 광고영업 부문이 떨어져 나감(SBS 민영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따라, 지상파 방송3사에 묶여 광고를 수주해온 OBS의 경우 졸지에 두 개 렙에 광고를 맡겨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지난 5일 예고한 고시안 내용은 코바코에 CBS·평화방송·극동방송·YTN라디오·TBS-eFM·부산영어방송·광고영어방송의 광고를,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불교방송·원음방송·경기방송 광고를 지상파방송사와 ‘결합판매’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중 40여 개 중소방송사 가운데 공영렙과 민영렙에 ‘분할지정’된 경우는 OBS가 유일하다.
OBS는 경쟁관계인 두 개 렙이 동시에 자사광고를 맡을 경우 상대적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방통위가 개국 5년 미만의 중소방송사를 상대로 정한 결합판매 가중치 산정식을 따를 경우 연 253억 원 정도를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 정도 액수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당초 구 방송위원회가 약속한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이 늦게 풀려 광고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방통위가 후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OBS는 임직원이 똘똘 뭉쳐 공동명의로 항의성명을 내는 등 ‘단일렙’ 지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체제에 큰 불만 없는 여타 방송사의 ‘지원사격’이 없어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초 민영렙 출범에 따른 경쟁체제 도입과 법 제정 지연으로 피해가 예상된 여타 중소방송사는 현행 수준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방통위가 최근 5년간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결합판매율 하한선을 그어놨기 때문이다.
지원 자체는 한시적일 수 있고 대다수 중소방송이 내심 공영렙 지정을 바라는 문제가 있지만 당분간은 기존 광고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민영렙을 갖게 된 SBS가 이를 ‘무기’로 편성계약과 광고계약 체결을 두고 지역민방에 대한 입김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KBS “결합판매 해야겠지만 신생매체 언제까지”
거대 지상파방송사라고 변화된 체제에 불만이 없진 않다.
KBS는 지난 18일 방통위가 주최한 ‘결합판매 고시 사업자 설명회’에서 “주력매체 입장에서 결합판매는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하지만 신생방송에 대한 지원 하한선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졌다”며 “앞으로 3년간 성장할 비율까지 한꺼번에 보장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MBC 관계자는 “결합판매 부담이 너무 크다”며 “타사와 형평성을 맞춰달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SBS는 예상대로 수혜가 예상된다.
SBS는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를 ‘32살 성인’과 ‘6개월 아기’에 비유하며 당장의 영업력 한계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증권가보고서가 매달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만큼 표정관리 하는 중이다.
◇MBC의 미디어렙 선택권..민영화 논쟁 촉발할까
한편 미디어렙법 개정안이 방송광고 시장의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민영렙의 특정방송사 지분을 20%로 낮추고, 현재 공영렙에 묶여 있는 MBC에 2년 뒤 선택권을 주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SBS와 형평성 문제를 들어 사실상 민영렙 지정을 요구해온 MBC 입장을 감안할 때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MBC의 광고수주액이 전체 방송사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에서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고, MBC 스스로 공영렙 아닌 민영렙을 택했다는 점에서 MBC 민영화 논쟁을 촉발할 수 있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방통위 “100% 완벽한 것 없어”..다음 달 위원회 의결 예정
미디어렙 문제의 경우 방송사 이해관계가 워낙 촘촘하게 얽혀 있어 방통위도 조정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OBS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40여 개에 이르는 중소방송사를 다독이기 위해서는 현행체제를 잇는 게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18일 설명회에서 “OBS가 공영렙 지정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모든 방송사가 공영렙 지정을 원하고 있다”며 “OBS를 공영렙에 지정하게 됐을 때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경을 가해야할 부분이 생기는데, 다른 방송사도 100% 선택권을 행사하고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토한 결과 어차피 100% 완벽한 것은 없다”, “사실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100% 완벽한 ‘해’는 나올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