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당우증 판사는 한국전쟁 초기 학살된 국민보도연맹 회원인 서모씨의 유족 임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임씨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당 판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경찰과 군인들은 단지 국민보도연맹이라는 이유만으로 서씨를 포함한 희생자들을 정당한 이유나 절차 없이 구금, 살해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 생명권 등을 침해했다"며 "국가는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임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오랫동안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오히려 '원고가 집단 학살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당 판사는 "전쟁 중에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며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집단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기까지는 임씨가 권리행사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민보도연맹은 지난 1948년 이승만 정권이 좌익 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전향자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해 설립했는데, 실제로는 관변단체의 성격을 띄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경주시·군위군 연맹과 대구시 국민보도연맹 회원들은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경상북도 경찰국 산하 경찰들과 헌병대 등에 의해 유치장에 구금되었다.
이후 이들은 같은 해 7월 중순부터 8월중순까지 여러 장소에서 집단 사살됐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당시 집단 살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희생자 중에는 임씨의 모친 서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임씨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며 소송을 냈다.
앞서 법원은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청주·청원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희생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속 등에게 수천만원씩 지급하라는 배상판결을 내린 바 있다.
오랜 기간 규명조차 힘들었던 국가범죄에 대해 통상적인 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적용하여 정부가 손해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