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법원이 '신군부 시절' 노동조합 소속 해고 노동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유통시킴으로써 이들의 취업을 방해한 국가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손주철 판사는 한모씨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취업을 방해해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한씨에게 1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의 경제성장 및 수출증대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노조활동을 탄압했다. 또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에서 원고의 성명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관리·유통시켜 원고의 정상적인 취업을 방해했다"며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이전에는 원고가 국가의 해고 개입 및 블랙리스트 작성·배포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곤란했다"며 "원고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오랜기간 사회적 편견과 차별대우를 받으며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진실을 은폐한 피고가 이제 와서 뒤늦게 '원고가 국가기관 개입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지난 1973년부터 금속노조의 C주식회사 지부 조합원으로 활동해왔는데, 신군부는 1980년 5월17일경 비상계엄령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이후 사회정화사업의 일환으로 노동조합 정화조치를 추진했다.
이때문에 C사는 1982년 3월경 노조 수석부장 등을 해고했으며, C사의 노조위원장 직무대리이던 한씨는 1982년 7월쯤 C사가 폐업하면서 실직하게 됐다.
한편, 당시 중앙정보부·노동부·경찰 등 국가기관은 노조활동 통제를 위해 1970년대말 부터 1980년대 말까지 개별 사업장 대표와 함께 도시산업선교회 관련 노조 소속 해고 노동자들의 명단을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체·성명·본적·주소·주민번호·활동사항·근속기간' 등이 기재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각급 공단 및 노동부 지방사무소 등에 배포·관리함으로써 해고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C사 노조사건을 노동기본권 침해사건 명목으로 조사했고, 2010년 6월 '국가가 노동조합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이에 이른바 '경동산업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던 한씨는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취업을 방해했다며"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