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개월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316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정부의 외환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제기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두 번이나 겪으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선 외화보유액을 3000억달러 이상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의 유지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환보유액 3개월 연속 최고치 경신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168억4000만달러로 전월대비 8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064억200만달러를 기록한 뒤 올 1월 3113억4000만달러, 2월 3158억300만달러, 3월 3159억5100만달러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며,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에 대해 외화자산 운용 수익 및 파운드화, 엔화 등의 강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연준의 2014년까지 초저금리 기조 유지가 달러화의 약세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국채 등 유가증권이 2846억2000만달러(8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예치금 238억3000만달러(7.5%), 특별인출권(SDR) 35억5000만달러(1.1%), 국제통화기금(IMF)포지션 26억7000만달러(0.8%), 금 21억7000만달러(0.7%) 등이었다.
3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3조3050억달러), 일본(1조2887억달러), 러시아(5135억달러), 대만(3939억달러), 브라질(3652억달러), 스위스(3217억달러)에 이어 7위를 기록해 전월과 변함이 없었다.
◇전문가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보는 바람직"
경제 규모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와 한은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이자 등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비판할 근거가 못된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 7위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것은 평균보다 조금 많다"면서도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의 쓰라린 경험이 있는데다가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비춰보면 평균보다 많이 쌓는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국제국장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데 적정 외환보유액이라는 것은 없다"며 "외환위기를 2번이나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많은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국장은 "선진국과 비교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다"며 "보유액이 많아 기회비용 측면에서 비난하지만, 우려하거나 비판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환전문가들 역시 적정 외환보유액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외환보유액 이 외에 환율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적정 외환보유액은 가져야 한다"며 "한중일 국가들이 상대국가의 국채투자를 확대하는 등 안정판 노력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외환시장은 투기 세력이 개입되다 보니 정부의 개입이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낮은 강도로 외환을 사고파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적정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위기 후 비용을 감안하면 평상시에 비용을 내더라도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보는 바람직하다"며 "현재의 외환보유액 수준은 부족하거나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