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MB(이명박 대통령)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4·11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9일 국내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관계자는 한숨 끝에 “총선 이후가 본게임”이라며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총선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권이 공정 시장경제질서 복원에 주안점을 뒀다면 야권은 재벌개혁, 특히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계열사간 순환출자금지 등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수위 조정은 있겠지만 현재로선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일정 부분 개혁은 불가피하게 됐다.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경우엔 대수술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실제 현 정부 들어 경제정책 기조였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사회·경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2분기 기업 자금사정 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지속돼 대기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은 우리나라 1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300조원으로 추정했다. 투자를 활성화해 고용창출 등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정부의 당초 의도와는 괴리가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돈이면 전 국민이 세금 한푼 내지 않고 1년간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재벌기업 계열사는 359개가 늘어 1150개에 이르렀다. 특히 2009년 3월 출총제 폐지 이후 그 증가속도는 더욱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빵집에서부터 떡볶이까지, 골목상권을 구석구석 잠식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재계 내에서조차 “문어발이 아닌 지네발 확장”이라는 자성 섞인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그룹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한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 고질적 병폐에 시달리며 줄도산의 위기에 처했다. 약육강식을 넘어 거대공룡의 횡포라는 비난이 사회 곳곳에서 제기됐다. 경제근간을 뒤흔드는 제살 깎아먹기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지상주의가 낳은 한국경제의 그늘이란 지적이다.
법의 잣대가 재벌 오너들을 비켜가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또한 사회 풍토로 자리 잡았다.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거나, 경영 위험이 초래된다는 근거가 불확실한 이유들을 근거로 오너들은 법의 심판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내려지면,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복권'이라는 특혜가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의 한숨소리는 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일 내놓은 ‘4·11 총선과 경제공약에 대한 대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2%가 ‘물가 안정’을 이번 총선 표심을 좌우할 최대 이슈로 꼽았다.
거침없이 오르는 기름값과 생필품에 맞닥뜨린 민심이다. 재벌기업을 향한 이들 시선이 고울리 없다. 표심이 재벌개혁을 외치는 정치권에 대한 채찍으로 가해질 경우 동력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끝났다.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 거친 총선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