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거래소가 석유현물제품 전자상거래를 오는 30일부터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을 잡겠다는 목적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김용훈 기자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기자, 한국거래소가 석유현물 거래를 중개한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30일부터 석유제품,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현물 전자상거래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유업체들의 가격담합이 기름값 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죠. 거래소는 석유현물거래를 통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담합으로 인한 기름값 상승을 현물거래를 통해 막겠다. 이는 한국거래소 차원에서 고민한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앞서 정부 쪽에서 이를 위한 준비과정이 있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이를 도입하기까진 약 1년여간의 정부 측 노력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도입계획이 발표된 것은 지난해 4월입니다. 정부는 당시 제8차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도입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어 작년 말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시장을 통한 거래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공급자인 정유업체에 공급가액의 0.3%를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개정된 법의 골자입니다.
이런 기반이 마련된 후인 올해 2월부터 한국거래소가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요, 3월엔 대리점과 수입상,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시험적으로 시장을 운영해왔습니다.
특히 이날 30일부터 석유현물 전자상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하게 된 것은 지난 23일 물가관계장관횐의에서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방안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 방안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 방안은 이번 석유현물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기본 바탕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주유소들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죠.
이들 주유소들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휘발유는 대부분 이들 국내 대형 정유사로부터 직접 공급을 받고 있는데요,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 방안은 월 판매량의 약 20%를 타 정유사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 20%가 이번에 도입하는 석유 현물 거래의 수요가 될 전망입니다.
월 판매량의 20%를 앞서 계약을 맺은 정유사 석유제품이 아닌 다른 정유업체로부터 사들여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현물거래 시장을 통해 싸게 사들여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예를 들어 SK에너지 주유소에서 GS칼텍스 석유를 팔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주식을 사듯이 석유현물을 살 수도 있는건가요.
기자: 안타깝게도 이번 석유현물 거래에선 일반인들은 제외됩니다. 매매단위가 2만리터이기 때문에 대부분 일반인들은 아마 사두셔도 석유를 둘 곳이 없을 겁니다. 2만리터는 딱 유조차 1대 분량입니다.
이번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은 정유업체와 수출입업자, 대리점, 주유소인데요, 이들 중에서도 거래소로부터 가입 승인을 받은 자로 한정됩니다.
정유업체는 아시다시피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4대 정유사가 될 것이고요. 수출입업자는 쉘 석유와 같은 업체를 말합니다. 대리점은 각 주유소에 실제 기름을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정유사, 수입사, 대리점이 한국거래소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통해 매물을 내놓으면 대리점과 주유소가 매수할 수 있습니다. 정유사와 수입사는 매도만 가능하고 주유소는 매수만 가능하다. 대리점은 매수, 매도 모두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상장되는 상품은 정제업체의 상표인 SK, GS, HD, S-Oil, 자가상표 별로 자동차용 보통 휘발유와 경유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매매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주식 거래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기자: 네. 주식시장이 오전 9시에 개장을 해서 오후 3시에 문을 닫죠. 석유 현물시장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거래를 마감합니다. 주식시장보단 1시간씩 늦은 셈이죠. 상하한 폭도 주식시장의 경우 15%인데요, 석유현물의 상하한 폭은 5%입니다.
매매체결방법은 증권시장과 유사합니다. 다수 참가자간 경쟁에 의해 체결하는 방식이 기본인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당사자간 매매조건을 협의한 후 거래소에 신고하는 협의상대거래도 허용한다는 정도입니다.
또 예탁금도 있습니다. 2만 리터당 150만원을 보증금 형식으로 예탁해야 합니다. 결제가 완료되면 반환되지만, 석유값을 지불하지 않는 등 결제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지급되는 식입니다.
앵커: 결제방식은 어떠한가요?
기자: 네. 결제방식은 과거 인터넷 중고장터와 비슷한데요. 인터넷 중고제품 거래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사보신 분들은 아마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석유를 사겠다고 주문을 낸 매수자가 한국거래소에 결제대금을 지불하면 거래소는 대금납부 사실을 매도자에 알려줍니다. 매도자는 석유제품을 배달하고 매수자가 제품을 수령하면 이를 다시 거래소에 알립니다.
거래소는 매수자가 제대로 제품을 수령했는지 확인한 후 결제대금을 매도자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인터넷 쇼핑사이트와 똑같이 여기서 발생하는 제품 배송비용은 매수자가 부담합니다.
매수자는 매매체결 후 2시간 이내, 매매당일 오후 5시까지 결제대금을 거래소에 납부해야 하고요, 매도자는 매수자와 협의한 배송일시 후 2시간 이내 매매당일 다음거래일 22시까지 석유제품을 보내야 합니다.
앵커: 한국거래소를 통해 현물이 거래된 경우가 또 있었나요?
기자: 없었습니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현물이 거래되는 것은 주식을 제외하곤 석유가 처음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만큼 수수료 수입도 적잖을 것 같지만 거래소가 챙기는 수수료는 적어도 내년까진 '0'원입니다.
본래 목적이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와 경쟁촉진을 통한 유가 안정인 만큼 내년까진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입징입니다. 다만 내후년부턴 1리터 당 0.3원 씩 수수료를 받을 계획입니다. 최소 주문단위인 2만리터면 약 7000원 가량입니다.
앵커: 걸림돌은 없나요? 당장 정유사들이 참여할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이번 석유현물거래가 생각처럼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대형 정유업체로선 월 판매량의 20%를 경쟁을 통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석유현물거래를 반길 수 없는 입장입니다.
당장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석유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석유현물거래라는 경쟁에 동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핵심적인 매수주체가 될 대리점과 각 개별 주유소들이 이들 정유업체와의 관계를 무릅쓰고 월 판매량의 20%를 현물 매수를 통해 마련할 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각 주유소들은 최초로 정유사와 계약을 할 때 판매 석유의 100% 모두를 해당 정유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정부는 공급자인 이들 정유업체에 전자상거래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석유에 대해선 공급가액의 0.3%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줄 방침입니다.
거래소 측은 이미 지난 23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혼합판매 활성화방안이 마련된 만큼 정유업체들이 무리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