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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어이없는 한수원의 안전불감증
입력 : 2012-03-15 오후 3:28:54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말 문이 '턱' 막힐 일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참담함을 목격했음에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 원전 1호기 전원 공급 중단 사고를 은폐한 것은 국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 아닌가.
 
더구나 한수원의 허술한 보고체계와 원전 운영체계의 허점, 늑장 대처 등을 보고 있노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한수원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영원히 묻힐 뻔 했던 고리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내용을 접한 지역 시의원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달 9일 원자로를 멈추고 정기 점검을 하던 중, 작업자 실수로 12분간 외부 전원이 완전히 끊기고 비상 발전기마저 가동되지 않았다.
 
전원 중단이 며칠간 지속됐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더욱 국민들의 분노를 사는 점은 사고발생 사실을 철저히 은폐해 온 한수원의 안일한 태도다.
 
한수원은 원전에 전력공급이 끊기면 즉각 백색 비상경보를 발동하고 사고발생 15분 내에 보고해야 한다는 관련규정을 모두 어겼다.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 14일 지식경제부에서의 브리핑에서 "현장 담당 근로자들이 비상발령 시점이 늦어지면서 원전에 대한 비판 여론, 일본 후쿠시마 1주기 등에 부담을 느껴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체계 누락을 시인했다.
 
그는 "자괴감을 느낀다"면서도 "작업자가 조작 실수로 전원이 꺼졌는데 당황해서 상황 파악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며 책임자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놨다.
 
여기에 고리원전 직원들은 물론 적지 않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알고 있었을 사고 발생 사실을 한수원이 몰랐다는 김 사장의 설명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의도적 은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의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됐을 때 우리 원전 당국은 괜찮다고 장담했다. 우리 원전은 비상 전원공급 시스템이 잘 갖춰져 정전 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러나 이번 사태로 우리 원전의 허술한 관리 체계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고, 국민의 불안감은 더 할 수 없이 증폭됐다.
 
국민의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감이 추락한 상태서 세계 원자력 5대 강국을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단순히 대국민 사과와 관련자 문책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조직의 현장보고체계와 규제 강화, 안전 의식 제고 등 체계적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국민들이 정말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사고 자체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숨기는 정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과연 국민의 안전을 자신의 자리 보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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