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 박승원 기자] 올 들어 외국인이 연일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코스피가 2000선 돌파에 성공했지만, 유입 자금의 대부분이 단기 성향이 강한 영국계 자금이어서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영국계 자금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증시의 단기 유동성을 노리고 들어온 단기 투자자금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당장 외국인 매수의 80% 이상이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매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번 유입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대한 일괄적인 매수라는 판단이다.
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까지 외국인은 총 9조5596억원 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1월 6조3061억원을 순매수했고, 이달에도 20일까지 3조3104억원을 사들였다.

1월 외국인 순매수 규모 6조3061억원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 월간 집계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이 각각 1조6448억원, 6조8798억원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주체는 외국인인 셈이다.
때문에 향후 국내 증시가 2000포인트 돌파에 이어 추가 상승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외국인이 얼마나 더 국내 주식을 사들이느냐에 달린 셈이다.
◇IB 헤지펀드 비중높은 영국계 과반.."단기유출 우려"
문제는 현재까지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국적'이다. 금감원 집계를 보면 현재 국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 별 국적을 보면 영국이 3조2800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2조1900억원, 케이만(8900억원), 룩셈부르크(7000억원), 싱가포르(6000억원), 프랑스(4300억원) 등의 순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외국인 자금유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영국계가 유입 자금 내 비중이 높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영국계의 경우 투자은행(IB) 비중이 높아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증시가 급락할 당시 영국계 자금의 유출 규모는 6조2915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대량 매수 아니면 대량 매도 식의 극단적인 매매패턴을 나타낸다.
◇외국계 80%가 프로그램 매수.."이머징 마켓 일괄매수"
그러나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 상당 부분이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매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영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증시의 단기 유동성을 노린 단기 매수가 아니라는 것.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외국인 순매수의 80% 가량이 프로그램을 통한 매수"라며 "이는 '바이 코리아'가 아닌 이머징 마켓에 대한 일괄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유럽중앙은행(ECB)의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때문에 이달 말 유럽 중앙은행의 장기대출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보다 추가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001억유로가 풀렸던 작년 말 ECB 1차 LTRO 이후 국내 증시에 유입된 자금이 9조원"이라며 "6000억에서 1조유로 가량으로 예상되는 2차 LTRO가 이달 말 풀리면 향후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보수적인 성격의 미국계 뮤추얼 펀드의 추가 유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국계 자금이 6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고, 그 중간 속도로 다른 유럽계 자금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미국 뮤추얼 펀드가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만 등 조세회피지역의 자금이라면 단기유출 가능성을 우려할 만 하지만 영국계 자금의 경우 중도적 성격을 띈다"며 "오히려 6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 차후 미국계 자금의 추가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