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국내경기 악화로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예·적금을 담보로 잡혀가며 돈을 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가계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얘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기업·농협 등 국내 5개 주요 은행의 개인 예·적금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15조938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396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개인 예·적금담보 대출 잔액은 지난 2010년 3분기 16조771억원에서 4분기 15조9779억원, 2011년 1분기 14조4569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 2분기 들어서는 14조5566억, 3분기 15조991억원, 4분기 15조9387억원으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적금 담보대출은 고객이 급전이 필요할 때 받는 대출 중 하나로, 자신이 가입한 은행의 예금과 적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마이너스 대출과 신용대출에 비해 대출금리(예·적금 금리+1.0~1.5%p)가 낮고 대출 절차도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은행의 예·적금담보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악화로 실질 소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가계의 자금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최근 경기가 안 좋은 것과 관련해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예·적금담보 대출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자금 부족으로 사람들이 예금을 안하는 상항에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예·적금을 해지하는 것보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살펴보면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지 않아 실질 소득이 낮아졌다"며 "소비를 해야 하는데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줄이고도 부족한 부분을 예·적금담보 대출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와 주택 실수요도 예·적금담보 대출의 증가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은 예·적금담보 대출이 늘었다"며 "예·적금 담보대출이 증가한 당시 이사철과 관련한 주택 실수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예·적금담보 대출은 금융비용이 신용대출이나 저축은행 같은 비은행보다 낮기 때문에 대출 수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세나 월세 가격의 상승세가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