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주식워런트증권, 이른바 ELW 부당거래 혐의로 기소됐던 현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대표들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지난 해 6월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열두개 증권사 대표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아니었느냐는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의 쟁점과 의미, 앞으로의 전망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미애 기자 나왔습니다.
김기자, 먼저 ELW 즉 주식워런트증권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기자: 네, ELW는 일반 주식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지는데요. 때문에 많은 사람이 ELW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ELW란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놓고 미리 매매 시점과 가격을 정한 다음 미리 약정된 방법으로 해당 주식이나 현금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증권을 말합니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예상과 반대방향으로 가게 되면 손실은 기초자산의 하락률보다 더 커지게 됩니다. 게다가 만기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옵션 가격은 내려가며 만기가 가까워올수록 가격 하락속도는 더 빨라져 매우 위험해집니다.
ELW는 지난 2005년 국내에 처음 개설됐고 현재 시장 규모는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합니다.
앵커:이번 ELW 사건에서 검찰이 부당거래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입니까.
기자:검찰의 주장은 증권사들이 초단타 전문 투자자인 ‘스캘퍼가 불법으로 수익을 얻는데 관여했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검찰은 금융거래에서 특정 고객만의 주문이 상대적으로 빨리 처리되면 일반투자자 고객들은 최소한 그런 사실을 알권리가 있는데 증권사가 이를 알리지 않았기에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계적 추세인 DMA 시스템은 이미 국내 증권가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스캘퍼들이 증권사를 찾아다니며 거래를 성사시켜왔던 사실에 비춰보면 증권사가 일반투자자들 몰래 스캘퍼에게 전용시스템을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스캘퍼들이 일반투자자보다 거래를 빨리하게 해준 점 아닙니까?
검찰에서는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에게 일반 투자자들보다 거래를 빨리할 수 있는 전용선을 제공했다. 이게 스캘퍼들에게 이익을 줬고 반면에 일반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었다. 이렇게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기자 : 네, 이 부분에 대해 법원은 ELW 시장에서 일반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입는 이유는 ‘ELW 시장의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간가치의 손실’과 ‘ELW 거래 수수료 비용’ 또 ‘일반투자자들의 투기적인 매매형태’가 가미돼 손실을 증폭한다는 것입니다.
즉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0원에 수렴되는 ELW 시장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반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동해 행사가격에 진입’하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이 손실를 입는다는 설명입니다.
앵커:12개 증권사 모두 무죄, 1심이지만 검찰로서는 뼈아픈 결과인데요.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금융당국의 애매모호한 태도나, 수사당시와 법정진술이 엇갈린 것도 한 몫 한 걸로 압니다. 결국 증권시장을 감독·규제했어야 할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도 이번 사건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네요.
기자: 네, 지금 지적하신 것과 같이 증권사가 무죄판결을 받은 데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큽니다.
금융당국은 검찰이 자신감을 갖고 ‘ELW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법률·규정을 수사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한 장본인들입니다. 그런데 수사 초기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해당 기관들이 막상 법정에서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해당기관은 증권업계와 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이 ELW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일제히 쏟아내자, 재판 도중에 문제가 된 규정들을 슬그머니 바꾸기도 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형사처벌의 근거가 없다’면서, 이번 ‘ELW 불공정 거래’ 논란은 금융감독 당국이 ELW 시장의 공정성과 대외 경쟁력, 전자통신 기술의 발전 상황 등에 대한 검토를 거친 다음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 불구경’처럼 수사 당시부터 1심 법원의 선고까지 1년여 간 줄곧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인 금융당국으로서는, 12개 증권사 대표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운 증권시장의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재판이 진행되면서 증권가도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것 같았는데 어땠습니까?
기자: 네, 검찰의 ‘ELW 부당거래’ 의혹 수사 단계에서부터 1심 선고까지 증권가는 재판 유무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이 때문에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증권사 측 변호인은 ‘기소되기 이전부터 1년여간 사업확장이나 해외 출장 계획을 마음 편히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불평 섞인 증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직 1심 판결이긴 하지만 ELW 사건에 대한 첫 사법부의 판단인데요, 이번 재판의 의미랄까요? 총평을 한다면 어떻게 결론을 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지금 말씀하신대로 이번 판결은 증권시장의 발전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관련 당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관련 규정이 바뀌기도 했고요. 사법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서 ELW 관련 기준을 제시한 만큼, 관련 규정에 대한 입법이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검찰이 이번에 문제 삼은 ELW 시장의 신흥범죄에 대한 대안도 생기고 있어서, 검찰에서도 꼭 나쁜 결과라고만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 오늘 무죄 선고를 받은 현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을 끝으로 1심 재판이 마무리 됐는데요. 검찰은 이전 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하고 있죠? 앞으로 ELW 사건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 네, 12개 증권사 대표들을 기소한 ‘ELW 부당거래’ 사건은 이제 2심 법원으로 넘겨졌습니다. 오는 2월 중순쯤 법원의 인사이동이 이뤄진 이후, 3월부터 본격적인 항소심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1심 재판부에서 모든 증권사가 ‘형사처벌의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은 탓에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증권사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지 않고서는 1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