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정부가 손해보험사와 정비업체간 민감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기준인 '공표제도'가 폐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비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공표제도의 역할을 대신할 '자동차보험정비 협의회(협의회)' 구성도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빠져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다.
'공표제도'는 손보사와 정비업체 등 양측 간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문제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공표한 기준으로 서로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제도다.
◇공표제도 폐지..결국 소비자 몫
31일 정부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3년 도입한 보험정비수가 공표제도를 폐지키로 지난해 7월 결정했다.
공표제 폐지안은 지난해 상임위에 통과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공표제도를 통해 보험정비수가(보험처리 시 차량 정비 비용)를 올리려는 정비업체와 내리려는 손보사들 사이에서 정부가 적정 금액을 책정해 조종자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쟁' 논리에 맞지 않다며 도입 9년 만에 폐지키로 한 것.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보험정비수가 공표제도는 정부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의 위반소지가 있고 시장경쟁 논리에도 맞지 않아 폐지키로 했다"며 "국회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음 달에 국회에 통과된다면 1년 뒤에 법적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표제도가 폐지되면 칼자루를 쥔 손보사들에게 정비업체가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손보사들은 경쟁원리에 의해 가격결정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그렇지만 보험사는 '대기업'이고 정비업체는 대기업에 상대가 안 되는 '개미'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합, 소형 공업사에서는 보험정비수가로 인한 수입이 전체의 70~80%로 상당히 많다"며 "보험정비수가는 이들의 생존과도 관련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대적 약자인 정비업체들이 먹고 살기위해 어쩔수 없이 고객을 상대로 편법을 사용하게 되고, 이는 다시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여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금액이 부족하면 수지를 맞추기 위해 과잉정비나 허위 청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손해율이 높아지고 보험료가 올라,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표제도 대신할 협의회..'속빈강정'
국토부에서는 이에 따라 공표제도를 대신해 합리적인 정비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협의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협의회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의회가 보험업체 관계자 6명, 정비업체 관계자 6명, 공익단체 관계자 6명으로 구성했지만, 합리적 판단의 핵심 역할을 할 공익단체 관계자 중에는 자동차나 보험 전문가는 없기 때문이다.
민감한 보험정비수가에 대해 합리적 대안이 나올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험정비수가는 자동차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보험내용, 표준공임, 외국의 사례 등에 대해 알아야하는데 공익단체 구성원들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힘센 쪽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익단체 구성원 중 자동차나 보험 전문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갈등이나 분쟁을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반수로 결정하는 부분보다는 협의회이기 때문에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협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